생명의 기원과 하나님의 행위 (Divine Action):


엠페도클레스와 고대 원자론자들의 급진적 자연발생설(Spontaneous Generation)


정대경

(GTU Ph.D Candidate)


 



   현대 우주론이 밝혀주듯이 우리 우주는 특이점의 폭발, 곧 빅뱅으로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는 4차원의 시공간이다. 약 137억년 간의 팽창 역사 가운데서 무수한 별들이 생성 되고 소멸 되기를 반복 하였다. 그 역사 안에서 약 45억년전쯤 우리가 사는 행성 지구가 탄생했고, 그로부터 수많은 생명체들이 생겨나고 소멸하기를 반복했고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자연계가 형성되었다.  

   생명이 출현했던 환경적 배경에 관해서는 의견들이 아직도 분분하지만 아마도 위의 그림이 부여주는 용광로와도 같았을지 모른다. 행성 자체가 생성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구 내부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지진과 화산 활동들로부터 용암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을 것이며, 동시에 태양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던 미행성체 디스크 파편 물질들이 지구 원시 대기를 뚫고 무수한 폭격을 가하고 있었을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우주 안에는 전방위적으로 무질서를 창출해내는 사용이 불가능한 에너지인 엔트로피 증가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혹은 열역학 제2법칙) 지속적으로 일어나는데, 지구에서 발생한 생명의 출현과 진화는 마치 이러한 경향성을 위배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원시 지구 환경에서, 그것도 모자라 전 우주적인 무질서로의 경향성 아래에서 어떻게 생명이 출현했을 수 있을까?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작동한 것일까? 아니면 용광로와도 같은 원시 지구 환경과 열역학2법칙 자체에 생명을 출현시킬만한 무슨 특별함이 있는 것일까? 

   혹시 초자연적인 존재이신 하나님의 능력이 이 모든 것들을 상쇄하고도 원시 생명체를 이 지구에 생겨나게 하신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하나님은 우주 안에 작동하도록 만들어 놓으신 자연법칙을 스스로 위배하고 행위하시는 분인 것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하나님은 어떻게 이 세상에서 활동하시고 또 생명체를 생겨나게 하셨던 것일까? 

    필자는 몇 회에 걸쳐서 위의 질문들과 유사한 고민들을 가지고 씨름 했던 고대, 중세, 근대, 현대 철학자들, 신학자들, 과학자들을 소개하고 다루어 보면서, 현대 과학이 밝혀주는 생명의 기원에 관한 과학적 이론 (e.g. 화학적 진화)과 기독교 교리 중의 하나인 창조 교리 사이의 대화를 시도해 보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본 글은 현대 환원적 물리주의 (reductive physicalism)의 출발점인 고대 원자론과 그 지지자들이 생명의 출현에 대해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생명체 화석은 약 34억년 전의 것이다. 다소 논쟁의 여지는 아직 남아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린랜드에서 발견된 퇴적층이 약 38억년전 존재했던 생명체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또 다른 학자들은 작년인 2015년 생명의 기원이 약 41억년 전쯤 발생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최초의 생명체가 지구의 형성 직후 운석과 혜성들로 인한 대폭발기를 지나자마자, 혹은 그 기간 내에 대폭발의 충격이 다소 완화 되었던 장소에서 (e.g. 해저 열수공) 이른 시기에 생겨 났을지 모른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최초의 생명체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고대인들 또한 위와 같은 질문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듯 하다. 그 당시에는 급진적 자연발생설 (Spontaneous Generation Theory)이 생명의 기원과 관련된 주된 이론이었던 듯 보인다. 급진적 자연발생이라는 것은 생명체들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던 기본 물질들과 그것들 사이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 자연스레 출현했다는 이론이다. 언뜻보면 당연한 듯한 소리이지만, 그 당시 고대인들은 이러한 급진적 자연발생이 단순히 생명체들의 머나먼 기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생명체들의 출현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고 믿었다. 다시 말해, 개구리와 같은 몇몇 종들은 교배나 교미가 아닌 세상의 기본 물질들로부터 ‘곧바로’ 생겨난다고 생각했는데, 이 맥락에서 고대 철학자들과 일군의 신학자들은 성적인 결합과 더불어 급진적 자연발생을 생명체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매커니즘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 (Empedocles, ca. 495-435 BCE)는 생명체들을 포함하는 세계와 그 안의 존재들은 모두 네가지의 기본 물질들 (불, 공기, 물, 흙)과 그것들을 상호연관 시키는 두 가지의 기본 물리력 (사랑과 증오)에 의해서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사랑은 기본 물질들을 연합하게 하는 창조적인 에너지로, 증오는 그 물질들을 흩어버리는 파괴적인 힘으로 인식되었는데, 그 두 가지 기본 물리력들 사이의 조화로 인해 보통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생명체들이 생겨나지만, 그 둘 사이의 균형이 깨져 파괴의 물리력인 증오가 지배적인 때에는 미노타우로스와 유사한 “소의 머리를 한 인간의 자손 (ox-headed offspring of man)”과 같은 기이한 생명체들이 출현한다고 믿었다.


   반면에 레우키포스 (Leucippus, ca. 5th century BCE), 데모크리토스 (Demokritos, ca. 460-380 BCE), 에피쿠로스 (Epicurus, ca. 341-270 BCE)와 같은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자들은 엠페도클레스의 두 가지 기본 물리력을 배제하고 자연현상을 기술하려고 하였다. 그들은 “비가시적인 원자들 (invisible atoms)”을 근본 물질과 힘으로 이해했다. 원자들은 그 자체로 모든 방향으로 무질서하게 뻗어 나가려는 운동력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운동 때문에 원자들 상호 간의 충돌과 연합이 가능했으며, 원자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생명체들을 비롯한 모든 존재자들이 생겨났다고 주장하였다. 레우키포스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원자들은) 끊임없이 운동하며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그것들은 극히 작은 크기 때문에 비가시적이며 그것 자체로 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모든 있는 것들을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질이다. 원자들은 심연 (the void), 비존재적 공간 안을 끊임 없이 돌아다니다가 상호 간에 충돌과 연합을 거쳐 모든 물질들을 생겨나게 하였다. 그 원자들이 흩어지고 해체되는 순간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

   이미 엠페도클레스에게도 전제되어 있었지만 고대 원자론자들은 생명체들의 기원과 형성이 비생명체들의 기원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은 바 생명체와 비생명체 사이에는 어떠한 근본적인 차이도 있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원자론자들에게는 모든 개별자들은 그것의 크기와 형태에 있어서만 차이가 있을 뿐 근본적으로는 어떠한 차이도 없고, 그러한 맥락에서 생명체들은 비생명체들과 비교하여 조금 더 복잡한 존재자들일 뿐이었다. 원자론자들은 생명의 출현과 관련하여 모든 종류의 목적론이나 신적인 개입들을 거부 하였을 뿐만 아니라 생명 현상은 순전히 물질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생겨났다고 지적하였다.

   에피쿠로스주의자이자 로마의 유명한 시인이었던 루크레티우스 (T. Lucretius, ca. ??-50 BCE)는 원자론자들의 주장을 적극 받아들여 인격적 신이나 신적 존재의 목적과 섭리 등을 거부하고, 원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장, 곧 생명의 기원이 일어나는 근본 장 (field)을 “the Mother-Earth”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비록 그의 단어 선택이 범신론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적어도 루크레티우스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의 것, 곧 모든 것들의 기원이 벌어지는 장으로 인식했을 뿐, 어떠한 종교적 혹은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함의를 드러낼 목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원자론자들과 같이 루크레티우스에게는 생명의 기원은 단순히 우연히 발생한 또 다른 종류의 원자들 간의 조합물이었다.  

   엠페도클레스, 루크레티우스와 더불어 고대 원자론자들의 주장은 합리적이지만 다소 우리의 직관, 곧 ‘생명현상은 비생명현상과 어떠한 이유로든 구별된다,’ 과는 반대되는듯 보인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일부는 앞서 밝힌 바 있는 환원론적 물리주의 (reductive physicalism)의 입장에서 고대 원자론자들의 주장에 불편함이나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 유명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나 어거스틴과 같은 고대 기독교 신학자들은 원자론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생명현상은 비생명현상으로부터 뚜렷이 구별되는 것 이었고, 더 나아가 생명의 기원에는 초월적인 존재와 힘이 작용 하였다고 그들은 주장하였다. 다음 글에서는 고대 원자론자들과 급진적 자연발생설을 공유 하기는 했지만 그들과는 사뭇 다른 생명 현상과 기원에 대한 이해를 가졌던 아리스토텔레스와 고대 기독교 신학자들의 주장들을 살펴 볼 것이다.


참고문헌 


  Alexander I. Oparin. Origin of Life. Translated by Sergius Margulis. New York: Dover Publications, 1965. 


  Elizabeth A. Bell, Patrick Boehnke, T. Mark Harrison, and Wendy L. Mao. “Potentially Biogenic Carbon Preserved in a 4.1 Billion-Year-Old Zirc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2, no. 47 (2015): 14518-14521 


  Ernst Mayr. The Growth of Biological Thought: Diversity, Evolution, and Inheritance. Cambridge: The Belknap Press of Harvard University Press, 1982. 


  Ernest L. Abel. Ancient Views on the Origins of Life. Cranbury: Fairleigh Dickinson University Press, 1973. 


  Iris Fry. Emergence of Life on Earth: A Historical and Scientific Overview. New Jersey: Rutgers University Press, 2000. 


  J. William Schopf. “Fossil Evidence of Archaean Life.”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iological Science 361 (2006): 869-885. 


  Jonathan Barnes. The Presocratic Philosophers. 2nd ed. Boston: Routledge & Kegan Paul, 1982. Malcolm Schofield. “The Presocratics.” in the Cambridge Companion to Greek and Roman Philosophy, ed. David Sedley.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3. 


  Stephen Toulmin and June Goodfield. The Architecture of Matter. New York: Hutchinson & CO, 1966. 


  Yoko Ohtomo, Takeshi Kakegawa, Akizumi Ishida, Toshiro Nagase and Minik T. Rosing. “Evidence for Biogenic Graphite in Early Archaean Isua Metasedimentary Rocks.” Nature Geoscience 7 (2014): 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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