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에 저항한 묵시문학: 초기 유대교의 저항신학” 


(Anathea E. Portier-Young)




김진양

(Ph.D. The Lutheran School of Theology at Chicago (the Old Testament))




    지난 201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성서학회에서 다니엘서 섹션의 논문 발표회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아나띠아 포티어-영(Anathea Portier-Young)이라는 젊은 성서학자의 책 『제국에 저항한 묵시문학: 초기 유대교의 저항신학』(Apocalypse against Empire: Theologies of Resistance in Early Judaism)에 대한 논평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각주:1] 포티어-영의 책이 2011년 출판되자마자 각종 학술저널에서 서평이 쏟아졌고 저명한 성서학자들의 극찬도 이어졌다.

    20세기 초반 성서학자들의 유대교 묵시문학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문학적 장르나 묵시의 사회학적 배경에 집중되었다.[각주:2] 그러나 20세기 후반 성서학자들은 묵시를 제국에 저항한 유대교의 독특한 문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에 이른다.[각주:3] 포티어-영의 연구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지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에서 유대교 묵시문학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포티어-영은 현대 정치 사상가들의 이론을 통해 제국의 지배와 저항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했다. 둘째, 포티어-영의 유대교 묵시문학의 사회적/역사적 배경인 셀류쿠스 제국의 지배를 재해석했다. 셋째, 포티어-영은 저항에 대한 이론적 연구와 셀류쿠스 제국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다니엘서와 에녹서를 재해석했다. 특별히 포티어-영의 다니엘서와 에녹서가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 4세의 “공포정치”(Program of terror)에 대한 저항이라는 주장은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1. 포티어-영은 마르크스, 베버, 알튀세, 푸코 등의 정치사상 이론과 그람시의 사회주의 사상이론을 바탕으로 셀류쿠스 제국의 지배와 유대교 묵시문학의 저항을 분석한다. 이는 이전의 성서학자들이 주로 묵시문학을 문헌적/역사적으로 접근한 연구방법과는 다른 접근방법임에 틀림없다. 포티어-영은 사회주의와 반파시즘을 주장한 이탈리아의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패권”(Hegemony)이론과 마르크스, 베버, 알튀세의 “지배”(Domination)이론, 두 가지 다른 형태의 지배구조를 셀류쿠스 제국의 지배형태에 적용한다.[각주:4]

   패권(Hegemony)은 사회적 문화적 차원에서 우월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를 의미한다.[각주:5] 가령, 표준말 제도는 패권(Hegemony)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표준어의 사전적 정의는 “교육적, 문화적, 정치적인 편의를 위하여 한 나라의 표준이 되게 정한 말로서 우리나라는 서울의 현대 중류 계급이 사용하는 말을 표준어로 삼았다”고 한다. 서울의 현대 중류 계급이 사용하는 말이 표준말이라는 것은 권력의 승자가 사용하는 말이 표준말이 된다는 것과 같다. 사투리를 사용하면 차별받는 표준말 제도는 획일적인 문화 패권의 결과물이다.

    포티어-영은 그람시의 패권이론의 핵심인 “비폭력적 형태의 지배”(Non-violent forms of control)에 주목하였다.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 4세의 유대인 박해는 살인, 고문, 노예제도, 강압적 규제, 파병 등 폭력적인 통치뿐 아니라 일상의 삶, 즉 관습이나 문화적 가치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박해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안티오쿠스 4세는 유대 사람을 헬라인으로 교화시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헬라제국의 체육관을 세웠고, 예루살렘 성전을 올림포스의 제우스 신당이라고 명명하였으며(마카비하 6:2), 히브리 문화와 관습을 헬라 문화와 관습으로 완전히 대체시킨 것이다. 포티어-영은 바로 이러한 문화적이고 사회적 박해가 바로 패권(Hegemony) 즉, “비폭력적 형태의 지배”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각주:6] 유대 묵시문학은 바로 이러한 비폭력적 형태의 셀류쿠스 제국의 지배에 대하여 대안적 가치를 내세움으로써 저항하였던 것이다. 대안적 가치는 다니엘서와 에녹서의 기도와 금식이다. 묵시문학은 이러한 대안적 가치로 세상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하늘의 권력을 강화함으로써 제국의 질서와 체계를 전복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지배(Domination)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직접적인 억압의 형태를 일컫는다.[각주:7] 안티오커스 4세 이전의 헬라제국의 지배(Domination)는 정복, 살육, 노예, 군사력 과시, 새로운 과세제도 도입, 또는 경제적 억압정책으로 펼쳐졌다. 안티오쿠스 4세의 지배(Domination)는 유대인의 예배, 안식일, 음식규례, 하나님의 주권 등을 무효화하는 정책으로 지배(Domination)의 형식을 취하게 된다.


    2. 포티어-영은 그동안 불모지나 다름없는 셀류쿠스 제국에 대하여 깊이 있는 연구를 하였다(“Seleucid Domination in Judea”).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바로 주전 200년과 167년 사이에 유대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이다. 포티어-영은 셀류쿠스 제국의 전략적 지배 체계를 자세히 분석하였고 이 분석의 결과 안티오쿠스 4세의 유대인 박해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의 유대인 박해는 단순히 유대주의와 헬라주의간의 갈등을 넘어선 제국의 “공포정치”(State of terror or program of terror)라는 것이다.[각주:8] 이러한 접근은 안티오쿠스 4세의 유대인 박해의 원인을 규명하는 놀라운 학문적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전 167년 안티오쿠스 4세가 유대인의 법을 금지하고 새로운 종교적 관례를 제정하였다. 마카비하서에 의하면, 22,000명의 셀류쿠스 제국의 군사가 이미 예루살렘에 주둔하였고 수천 명의 유대인을 노예로 삼는 박해를 자행하였다. 그러나 엔티오쿠스 4세는 이제 제국의 지배를 재건하기 위해 다른 차원의 박해를 자행한다. 포티어-영은 안티오쿠스 4세의 현실정책 이라는 렌즈로 그의 박해의 수준과 방법을 분석하였고, 이 분석에 의하면 안티오쿠스는 미치광이가 아니라 냉소적이고 잔인한 실용주의자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3. 포티어-영은 마지막 장에서 안티오쿠스 4세의 박해 시대에 기록된 것을 추정되는 다니엘서와 에녹서의 일부분을 분석한다(the Apocalypse of Weeks, the Book of Dreams). 포티어-영은 다니엘서를 안티오쿠스 4세의 “공포정치”(Program of terror)에 맞서 언어, 상징, 선포, 가르침을 통한 저항으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니엘서 전체를 안티오쿠스 4세 시대의 저항이었다고 보는 견해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다니엘서를 안티오쿠스 4세의 공포정치에 대한 저항이라고 본 것은 객관적 문헌에 근거한 일리 있는 주장이다. 포티어-영은 안티오쿠스 4세의 “공포정치”(Program of terror)에 맞서 다니엘서가 보여주는 저항의 형태는 “비폭력 저항”(Program of nonviolent resistance)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유대 묵시문학의 독특한 점 중 하나는 저자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고대의 전설적인 인물의 이름을 대신해서 사용하는 익명성이다. 포티어-영은 정치사회학자 제임스 스캇(James Scott)의 저항이론인 “숨겨진 사본”[각주:9]에 근거하여 익명성은 묵시문학의 저자가 현실의 위협에 도피하였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글을 고대 위인의 권위를 사용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제국의 불의한 지배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각주:10] 포티어-영은 비폭력 저항을 주장하는 다니엘서와는 반대로 에녹서는 폭력적 저항을 촉구한다는 점도 분명히 밝힌다.[각주:11] 


   결론적으로, 포티어-영의 책은 다음의 네 가지 측면에서 묵시문학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 유대인 묵시문학의 정치 사회적 상황인 셀류쿠스 제국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였다. 

   * 안티오쿠스 4세의 공포정치는 다양한 차원의 묵시문학을 태동시켰음을 밝혔다. 

   * 안티오쿠스 4세의 비폭력 형태의 지배는 비폭력 형태의 저항임을 보여주었다. 

   * 고대와 현대의 공포정치에 대한 이론적 방법론적 관계를 정립하였다.[각주:12] 


     묵시문학 연구의 대가인 존 콜린스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유대 묵시문학의 다양한 차원의 전략적 저항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미국이 셀류쿠스 제국(특별히 안티오쿠스 4세)과 같은 제국처럼 공포정치를 시행한다면, 포티어-영의 주장처럼 다양한 차원의 전략적 저항이 때때로 테러리스트라는 꼬리표를 달고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각주:13] 마치 일본제국에 저항한 항일 운동자들이 테러리스트라고 불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묵시문학은 무기를 들고 폭력적인 전쟁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념적, 문화적, 종교적, 사회적인 차원을 통해 비폭력적으로 저항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초기 유대 묵시문학은 현실을 벗어나 다른 세상으로 도피하는 몽상적 문학이 결코 아니다. 묵시문학은 제국의 억압과 폭력을 하늘의 힘으로 저항하는 고대 학자들의 혁명임을 포티어-영은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 필자소개

    현재 미 연합감리교회 북 일리노이 연회에서 목회, 시카고 루터란 신학대학에서 구약학 전공(Ph.D.), Wartburg College에서 강의


ⓒ 웹진 <제3시대>

  1. Anathea E. Portier-Young, Apocalypse Against Empire: Theologies of Resistance in Early Judaism (Michigan: William B. Eerdmans Publishing Company, 2011). [본문으로]
  2. 대표적으로 Paul Hanson, The Dawn of Apocalyptic (Fortress Press, 1975); John J. Collins, The Apocalyptic Imagination: An Introduction to Jewish Apocalyptic Literature, 2nd edition (Michigan: Wm. B. Eerdmans Publishing Co., 1998). [본문으로]
  3. 대표적으로, Richard A. Horsley, Revolt of the Scribes: Resistance and Apocalyptic Origins (Minneapolis: Fortress Press, 2010). [본문으로]
  4. Antonio Gramsci, Selections from the Prison Notebooks. ed. Quintin Hoare and Geoffrey Nowell Smith (London: Lawrence and Wishart, 1971). [본문으로]
  5. 포티어-영, pp. 11-12. [본문으로]
  6. 포티어-영, p. 11. [본문으로]
  7. 포티어-영, p. 23. [본문으로]
  8. 포티어-영, p. 136. [본문으로]
  9. James Scott, Domination and the Arts of Resistance: Hidden Transcripts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90). [본문으로]
  10. 포티어-영, p. 310. [본문으로]
  11. 포티어-영, p. 371. [본문으로]
  12. 포티어-영, p. 396. [본문으로]
  13. 포티어-영, xii.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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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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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수현
    2015.09.19 00: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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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한 정리와 일목요연한 비평에 감사드립니다. 꽤나 읽기 힘든 (두껍기도하고.. 역사적 서술이 많아서요...ㅜㅜ) 포테이 영의 책을 소개해주셔서 후학들과 저에게 큰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특히나 시험준비하는 저에게 득템이네요... 히브리어도 가르쳐주시고 여러가지로 신세지고 있습니다. ^^ 강건하시길 기원합니다...
  2. 김진양
    2015.09.30 11:4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한 박사님, 시험준비 중이시군요.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늘 번쩍번쩍 빛나는 관점과 학식을 보여주셔서 제가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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