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Border


  가방 비닐봉지 술병 헨드폰 헤드셋 라이터 햇빛 벤취 헨드폰 소리 담배 한 숨 응시 배회 1유로10센트 커피 비르켄스트라스 유고슬라비아 연금생활 40년전 시민권 공장 터번 시멘스 공장동료 한국인 한국인의 자녀 태권도장 뉴욕 독일제자2명 상패들 빈 공원 아주 작은 술병 비닐 안 음식 자전거 따듯한 스푸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 비닐봉투 알콜릭 집시 폴란드 63세 터름스트라스 지하철 계단 알콜릭 2명 여성 고성 지하철 의자 가방 속 술병 손에 든 술병 에스오에스 지하철 소음 꽃 집 지하

 

두 부류의 이방인이 베를린의 모아빗 거리를 채우고 있다. 독일의 대표기업 지멘스의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또 다른 이방인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그들은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부랑자(rogue), 노숙자(homeless), 루저(loser) 등으로 호명된(be colled) 자들이다. ‘야만적’ 혹은 ‘위험한’ 같은 부정적 뉘앙스의 수사로 덧붙여진 자들이다.


고대 로마제국이 라인강과 도나우강 인근에 설치한 ‘리메스 게르마니쿠스’(Limes Germanicus)는 현대의 지정학 이론가들에 의해 현대 국가의 변경의 한 특징을 나타내는 수사어로 활용되고 있다. 즉 ‘리메스’는 포용과 배제를 동시에 함축하는 경계(border)를 가리킨다. 리메스 게르마니카가 야만으로 규정된 게르만 족속을 배제하고, 문명으로 규정된 수도자나 상인을 포용한 것처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의 거리에는 문명의 이방인과 야만의 이방인을 가르는 새로운 장벽이 놓여 있다.


<Made in border>는 2018년 3-5월 베를린 ZK/U 레지던시에서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자우녕 作 (미술작가)


- 작가소개

프랑스 마르세이유 조형예술대학에서 Fine Arts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Master's Fine Arts과정을 이수, Diplome를 받았다. 2016년 한국복지예술인재단에서 파견되어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였으며 경기만에코뮤지엄의 <선감이야기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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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다큐멘터리 스틸컷

 

우리나라는 2000년 기준으로 65세 노인 인구가 7%가 되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2017년에는 13.8%로 증가 했고, 이런 추세로 간다면, 2058년에 노인 인구가 40%를 초과하게 된다. 노인이 증가하면 질병, 빈곤, 고독 등 노인문제가 비례적으로 증가한다. 과거 우리는 유가적 전통에 따라 가족 내에서 노인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더 이상 노부모와 함께 살고 있지 않는 지금, 노인 문제는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하는 공공의 문제가 되었다.


그렇다고 노인 문제를 경제적으로 접근 할 수만은 없다. 노인 문제는 윤리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노인 돌봄의 토대로써 사회적 공감이 필요하다. 공감은 타인과 연대의식을 일으켜서 정서적 동기와 의무를 갖게 한다.


노인들의 고민은 무엇인지. 노인 돌봄의 가치와 중요성은 무엇인지. 곧 도래할 고령화 사회의 현상을 짚어보고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작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하였다. 다큐멘터리 사전 준비를 위해서, 2018년 5월, 노량진 공원에서 70대 노인과 인터뷰를 하였다. 인터뷰에 응한 노인은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가하고 사회적 노인 복지에 대해서는 다소 불만족스러워 하셨다. 자녀의 돌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이 이야기 하셨지만 한편으로 어려운 젊은이들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계셨다.


다큐멘터리는 5분짜리 짧은 영상으로 완성되어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였다. 부족하지만 관객들에게 노인돌봄에 대한 작은 울림이 되기를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노인 인터뷰 녹취록 일부를 첨부하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노인연금에 관하여) 

“ 생활이 안 되지, 그거 가지고. 줘바야 20만원, 30만원 그런가본데. 노인네들이 돈이 모자르니까는 폐지를 주우러 다니잖아, 박스 같은 거, 다니면서 보충 할려고, 근데 그것도 보니까, 폐지 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가지고,” “자식 있으니까 도움이 안되더라도 수입이 있다 이거야, 자식한테, 그러니까 정부에서 안주고 그런것도 있는데, 그래서 그것도 없애니 그러잖아, 정부에서 자식이 있더라도 연락이 안 되는 사람들도 워낙 빈곤층에 사니까는 그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겠다. 이런 예기도 하더라고. ” 


(자녀들에 대해서) 

“용돈을 주긴 줘. 되게 인색해 이새끼 생일 때나 20만원 주고, 명절 때나 20만원 주고, 뭐 안줘” 


(노인들의 과거) 

“솔직히 우리 같은 세대 같은 경우는, 솔직히 말해서, 부모가 살기 힘들어가지고 돈 벌어다 집에 갔다 줬어. 무조건 그때는, 그리고 나이 들어서 결혼해서 애들 나오면 애들 위해서 살고. 솔직히 지금은 나는 혜택을 못받아도, 나는 부모라서 돈 벌어다 부모 갔다줬고 또 자식 키우는 데 자식들에게 투자를 다 했어, 나는, 그러니까 고생을 많이 했지 내가. 외국에 나가서 중동 노가다고 해보고 별의별짓 다했어 내가, 장사도 하고 그랬지만, 아파가지고 수술을 해가지고 쉬고 있는데, 장사도 그만 둬야 겠더라고, 수술하고 나니까 힘이 없어서 장사도 못하겠어” 


(젊은 세대에 대해서) 

“내가 볼 때는 힘들어요. 그전보다. 취직하기도 힘들고, 보니까, 지금은 다 대학 나오니까, 전부 좋을 일 해서 대기업 다니려고 하지만 우리 젊었을 때는 그런 게 없었거든 중소기업이나 공장이나 아무거나 하고 폐지 같은 거 주었어도 지금보다 값어치가 좋았어요. 예전에는 대학 나온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회사를 선택할 수가 있었어. ”



노인다큐멘터리(백정기, 5분, 2018) 스틸 컷 


 


백정기 作 (미디어작가)

- 작가소개

홍대회화과를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개인전을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레지던시 활동을 한 바 있다. 음악적 청각화를 주제로 “Walking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 등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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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동 Green belt(3)

 

 

인심이 곳간에서 나온다라는 말과 반대로 문 밖의 물건들은 빈 곳간 일수록 풍성하다. 

 밤사이 누가 가져가도 멱살잡이 안 할 것이며 또 누가 슬쩍 하나 더 갖다놓아도 금새 알아채지도 못 할 것이며 

산책 나온 댕댕이들의 마킹을 기꺼이 눈 감아 줄 터이다.

벽에 등 바싹 붙이고 그대들의 통행에 민폐가 되지 않을 진저 싹 나고 수확하고를 고요히 반복할 뿐.

한 바탕 집수리가 이뤄지고 그 참에 집 안에 있던 작은이들이 내쳐진 걸까.

그리하여 산책자의 마음속에 서부이촌동 ‘화분도’가 그려진다. 

어느 집 창 앞에, 어느 집 벽 앞에, 어느 골목을 돌아서면 어떤 화분이 살고 있는지. 

어느 집에, 어느 골목에 어떤 사람이 사는 지는 전혀 모른다.

 ‘나’라는 산책자에겐 서부이촌동 골목은 화분이 사는 곳이다. 

That's all. 

그리고 무엇이 변했을 까나 틀린 그림 찾기.



 


 


  

오종희 作 (본 연구소 회원, 한백교회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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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었다 드러나는 선

 

들뢰즈는 “모든 작가는 각자의 방식대로 회화의 역사를 요약한다.”고 했다. 노련한 작가들을 보면 쉽게 수긍이 가는 말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감상자도 마찬가지다. 노련한 감상자는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작품을 정리한다. 정보의 발달로 요즘은 쉽게 예술작품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관점이 없으면 예술작품은 소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을 감상에 앞서 뚜렷한 기준을 먼저 새우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선은 미술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다. 고대 이후 지금까지 어떤 미술에서든 선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선이 모두 같은 위상을 갖지는 않는다. 어떤 작품은 선이 전면에 드러나 분명한 역할을 하고 어떤 작품은 선이 불분명하여 역할이 축소된다. - 선이 선명하고 흐릿한 정도를 선예도라고 한다. - 왜 어떤 작품은 선예도가 강하고 어떤 작품은 선예도가 낮을까. 여러 가지 가설로 설명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원전 2세기경 이집트 벽화는 평면적이고 선이 분명한 반면 그리스 벽화는 입체적이고 선이 흐릿하다. 보링거는 척박한 이집트와 풍요로운 그리스의 자연 환경이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르네상의 예술에서 피렌체와 베네치아는 내륙과 항구라는 경제 환경이 더 결정적인 요인처럼 보인다. 이상적인 고전의 복원을 꿈꾼 피렌체 미술은 외곽선이 비교적 분명하고 낭만적인 항구도시 베네치아는 감각적인 효과 때문에 선이 흐릿하게 보인다. 지금 북경과 상하이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차이를 더 선명하게 상상 할 수 있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처럼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도 선의 강약은 달라진다. 다빈치는 과학적 태도로 사물을 보았다면 미켈란젤로는 그보다 신비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다. 다빈치가 300 여구의 시체를 해부하고 기계를 제작하기 위해 많은 드로잉을 남긴 것은 실용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가 취했던 과학적 태도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선의 차이는 통시적 형식의 변화에서도 포착할 수 있다. 가장 분명한 예시는 르네상스와 바로크다. 르네상스 대표 작가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에 삼미의 신이 등장한다. 여신들은 분명하고 유려한 외곽선으로 둘러져 있다. 반면 바로크 시대 루벤스 [삼미의 신]에 등장하는 여신은 덩어리가 강조되면서 외곽은 어둠에 침식되어 사라진다. 그밖에도 미술가의 예술적 목표에 따라 달라지는 선의 위상도 근대 미술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위, 보티첼리 [프리마베라] 속 여신들의 외곽이 분명하다. 반면 아래, 루벤스 [삼미의 신] 속 여신들의 외곽은 흐릿해 보인다.

방대한 미술의 역사를 보편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선의 드러남과 숨음”과 같은 작은 관점으로 보면 미술사도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백정기 作 (미디어작가)

- 작가소개

홍대회화과를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개인전을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레지던시 활동을 한 바 있다. 음악적 청각화를 주제로 “Walking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 등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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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동 Green belt(2)

 

 


담벼락 화분들의 서식 여건은 대충 이런 사정이지 않을까? 

 1, 도시계발 전이거나 변두리 마을에 서식한다. 

 2, 마당 없는 집의 간이 정원, 또는 간이 오아시스 역할. 

 3, 버린 것도 소유한 것도 아닌 어중간한 경계에 위치. 

 4, 봄이 되어 뭔가가 심어지거나 스스로 잡초가 자라날 가능태 (텃밭) 

 5, 허름한 집 벽의 방어막. 

 6, 제대로 버리려면 흙을 제거하고 분리 수거해아 하는 번거로움에 그냥 주저앉기. 

 7, 좁은 땅을 늘리는 도시간척. 

 8, 흙에 대한 노스텔지어 달래기. 

 9, 집 주인이 한 곳에 오래 거주했음의 결과물.;

그리고

 한 겨울의 무소유가 한 여름의 풍성함으로.


어색한 구석 없이, 집이 조금 정리되면 화분도 조금 정리.


그러다 영영 정리.


 


 


  

오종희 作 (본 연구소 회원, 한백교회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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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멂 예술의 기원

 

  1995년 미술대학 학부 시절, 당시는 하이퍼리얼리즘이 대세였다. (한편으로는 추상이나 비구상 회화가 많았다.) 그래서 학생들의 지상 과제는 사물을 사진처럼 똑같이 재현하는 것이었다. 당시 “L”교수는 과제 검사를 70%, 80%, 퍼센테이지로 평가하기도 했다. 100%는 사진과 같은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옆 친구하게 물었다. “사물이 이미 저기 있는데 뭐 하러 똑같이 그리는 걸까?” 잠시 뜸을 들이던 친구는 “기숙사에 가서 밀린 양말이나 빨아야겠다.”며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 후 오랫동안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  


 1995년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박정자 저, <빈센트의 구두>에서 발견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옛날, 디뷰타드라는 사람에게 딸이 있었다. 딸은 내일 전쟁터로 떠나는 애인과 마주하고 있다. 딸은 애인의 모습을 애타게 바라보다가, 애인의 그림자를 따라서 벽에 금을 그었다. 그렇게 애인의 그림자는 벽에 영원히 각인 되었다.  

쉬베, <디뷰타드 혹은 그림의 기원> 1791


 흔히 “사랑에 눈이 멀었다”는 말이 있다. 그런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못 보면 애타게 그리워한다. 그림을 그리는 이유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그림자에 테를 두르는 여인의 행위는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사물을 진솔하게 보는 태도이다. 눈앞에 있다고 해서 똑같이 본다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오늘 낮에 버린 음료수의 실루엣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떤 그림과 어떤 글이 써져 있는가? 음료수 병을 도구로써 취급했을 뿐이지 진솔하게 보지 않는다. 그림자에 테두리를 두르는 것, 즉 그림을 그리는 것은 사물의 도구성을 벗겨버리고 사물 자체를 발견하는 깨달음이다. 

 

이미지 출처, http://9gag.com/gag/3633135


꼭 그림을 그려야만 사물을 진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 밖 풍경을 보고 상념에 빠져 본적이 없는가? 창 밖 세상은 평소 보아오던 세상과 감이 다르다. 창은 세상 풍경에 테를 두르는 일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사물에 테를 둘러서 관념 너머의 세상을 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백정기 作 (미디어작가)

- 작가소개

홍대회화과를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개인전을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레지던시 활동을 한 바 있다. 음악적 청각화를 주제로 “Walking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 등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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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동 Green belt

 

 

도시 재개발 광풍 전야 숨고르기 하는 서부 이촌동 좁은 골목 곳곳에 ‘버림’과 아직 ‘소유’의 중간에서 서식하는 화분들.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줄 화려한 꽃이 심겨져 관조의 대상으로 거래되었을 태생을 등지고 이제는 너무 흔하고 미천해서 문 밖으로 나와 노숙을 하는 그들은 차라리 소유의 끈적함이 사라져 해탈로 접어든 작은 타자들이다. 한겨울의 죽음에서 더운 날의 푸성귀가 만들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좁은 땅덩어리 한 평 값이 괴로운 사람들의 손길과 흙에 대한 그들의 노스텔지어를 온 몸으로 담고 언제고 철거될 허름한 담벼락 밑에 오늘도 서부이촌동 화분들이 서식한다. 


 


 


  

오종희 作 (본 연구소 회원, 한백교회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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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지 마라

 

  미디어아트는 동어 반복이다. 엄밀히 말해서 모든 아트는 미디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소위 미디어아트는 어떻게 정의 되어야 할까.  


 새로운 미디어는 고유한 특징을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사진이 초기에 회화의 대용품이던 시절이 있었음을 생각해보라. 새로운 매체는 특질과 표현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는 때가 있다. 이 간극을 채워나가는 예술 활동이 진정한 미디어 아트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아트는 최전방을 탐지하는 전위부대처럼 아직 탐지되지 않은 미디어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장르다.  


 복제예술을 넘어 바야흐로 디지털 미디어 시대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디지털 속성은 커뮤니케이션과 표현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결국 디지털의 한계가 인간의 논리와 사고를 직간접 적으로 결정 짓는 상황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이해하고 마스터해야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현재 미디어 아트의 특징이 무엇인지 몇몇 미디어 아트 사례를 통해 탐구해 보고자 한다. 

 

양해의 <영육> 싱글체널 비디오 4분 가변크기 2017


 <영육>의 작가 양해의는 각각 다른 시간에 촬영한 얼굴 영상을 퍼즐처럼 조각해서 다중적인 자아를 표현했다. 디지털 창작물의 미학적 표현은 시간을 오려내고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름을 잘라 시간을 앞뒤로 배치하는 것은 영화에서도 가능한 표현이지만 디지털은 무한대의 시간을 동시에 배치할 수 있다. 디지털에서의 시간은 불연속적이다.  


조몽월 <DOT> 비디오 설치 20*30cm 2017


 디지털 이미지의 가장 작은 요소는 픽셀이다. 작은 픽셀이 깜빡이면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조몽월의 작품 는 디지털 이미지의 본질적인 특징을 폭로해서 디지털의 특징을 규정한다. 회화의 본질적인 특징이 평면성이라면 디지털의 본질적인 특징은 픽셀, 더 나아가 0과 1이다. 이러한 특질을 확대해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디지털 아트가 자연을 기술로 대체하는 것 같아 낯설고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술적인 이해가 높지 않은 사람은 더 난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은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인간표현의 단계일 뿐이고 우리는 그 흐름 속에 있다. 돌과 철의 특징이 구조물의 특성에 반영되듯이 디지털의 특질은 디지털 세계를 반영하고 우리의 경험을 결정 짓는다.  


  19세기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많은 예술가들이 디지털 세계를 경계하면서 디지털 세상의 신화를 폭로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러다이트들의 노력은 산업혁명을 멈추지 못하고 말았다. 우리는 흙이 아니라 디지털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백정기 作 (미디어작가)

- 작가소개

홍대회화과를중퇴하고한국예술종합학교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첨단영상대학원을졸업했다. 2008년개인전 를시작으로 5회의개인전을했고다수의단체전에참여했다. 2012년홍은예술창작센터,2013년경기창작센터입주작가로레지던시활동을한바있다. 음악적청각화를주제로 “Walking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등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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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5)

 

 






 

용산역 뒤편과 전자상가를 사이에 두고 국제업무지구 예정지를 둘러싼 가림막이다. 

용산역은 1899년 3.5평의 목조건물 완공으로 경인선 보통역으로서 역사를 개시한다. 

그 후 러일전쟁을 계기로 일제는 한국을 거쳐 만주 전선까지 이르는 군용철도의 건설을 계획하는데 경의선 공사는 그 출발점이었다.  


1904년 육군임시철도도감을 조직하여 용산 일대의 거대한 땅을 수탈한다. 일제가 이른바 군용지라고 수탈한 철도역 주변의 땅은 300여 만 평. 사실 필요한 면적은 그 16분의 1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1906년 경의선 철도가 완성된 후 일제는 본격적으로 군사 관련 시설을 건설하는데 오늘 날 남대문 경찰서가 있는 자리에서부터 남산기슭 일대와 이태원, 그리고 욱천(지금의 만초천)부터 한강까지의 광활한 지역을 군용지로 헐값에 사들였다. 


용산 일대는 일본군과 일본인의 거리가 되어 ‘조선 내 일본’으로 불려졌고 일제 강압통치의 심장부로 변했다. 오늘날 용산의 동부이촌동에 일본인 타운이 형성된 것이 우연이 아닌 역사적 배경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3.5평으로 시작한 용산역은 지금은 연면적 8만 2천 평 지하 3층 지상 9층의 거인이 되었고 용산역 앞, 한강로는 더 큰 거인이 들어섰고 용산역 뒤 전자랜드 편에도 무지막지한 덩치가 들어섰고 또 계속해서 들어서는 중이다. 단지 가림막 너머 흙 밭인 조차장 터만이 낮은 자세를 고르고 있다. 어느 시대엔 한강과 만초천이 범람을 거듭하던 모래 땅으로, 어느 시대엔 난데 없는 군용지로, 그리고 지금은 거대 빌딩을 뫼실 예정지로서 가림막 안 쪽엔 해가 다르게 나무들이 무성해 진다.

 


 

 

 


 


  

오종희 作 (본 연구소 회원, 한백교회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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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4)

 

 





 

한강로... 

중구 봉래동 2가(서울역)에서 삼각지를 거쳐 동작구 본동(한강대교 남단)에 이르는 폭 40m, 길이 5,150m의 10차선 도로. 일제 강점기 명칭은 ‘한강통’ 조선시대 한양에서 삼남 지방으로 향하는 간선도로. 


그리고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 빌딩 2009년 1월 19일. 그 후 용산이라는 명칭은 ‘참사’라는 말과 한 쌍이 되다. 무엇이 목숨을 앗아갈 다급함이었을까 7년을 주차장으로 돌리다가 이제야 가림막을 치고 건물이 올라간다. 그리하여 망각은 가속화 될 것인가.

 


 

 

 


 


  

오종희 作 (본 연구소 회원, 한백교회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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