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몽유병과도 같은 속죄의식이었다.

 


 

색바랜 노란가죽로퍼 신발을 범계역 지하철 쓰레기 통에 버렸다. 

신발 볼쪽이 5cm 정도 찢어져 약간의 비라도 내리면 양말이 젖었다. 

짚신을 신은 듯한 편안함에 사진을 찍으로 나갈 때면 꼭 챙겨 신던 신발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어찌나 서운하고 후회가 되던지, 

밤 10시가 넘어 버렸던 전철역 휴지통을 찾았으나 흔적이 없었다. 


 친숙함은 죽음 너머로 사라졌다. 고통이다. 

 고통도, 새 신발에 적응하며 서서히 잊혀갔다. 


 한달이 지난 즈음, 

 압구정역 지하철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어린 화분을 보았다. 

 누군가에게 유기된 화분이었다. 

 화분은 버려진 강아지마냥 멍한 표정이었다. 

 지나치지 못하고, 

 집으로 가져와 다른 화분 옆에 자리를 잡아 주었다. 


 그것은 몽유병과도 같은 속죄의식이었다.  

 


 

 

 이수만 作 (한백교회 교인)

 

 

 

 * [사진에세이]는 한백교회 사진동아리 '눈숨' 회원들의 작품을 연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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