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5)

 

 






 

용산역 뒤편과 전자상가를 사이에 두고 국제업무지구 예정지를 둘러싼 가림막이다. 

용산역은 1899년 3.5평의 목조건물 완공으로 경인선 보통역으로서 역사를 개시한다. 

그 후 러일전쟁을 계기로 일제는 한국을 거쳐 만주 전선까지 이르는 군용철도의 건설을 계획하는데 경의선 공사는 그 출발점이었다.  


1904년 육군임시철도도감을 조직하여 용산 일대의 거대한 땅을 수탈한다. 일제가 이른바 군용지라고 수탈한 철도역 주변의 땅은 300여 만 평. 사실 필요한 면적은 그 16분의 1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1906년 경의선 철도가 완성된 후 일제는 본격적으로 군사 관련 시설을 건설하는데 오늘 날 남대문 경찰서가 있는 자리에서부터 남산기슭 일대와 이태원, 그리고 욱천(지금의 만초천)부터 한강까지의 광활한 지역을 군용지로 헐값에 사들였다. 


용산 일대는 일본군과 일본인의 거리가 되어 ‘조선 내 일본’으로 불려졌고 일제 강압통치의 심장부로 변했다. 오늘날 용산의 동부이촌동에 일본인 타운이 형성된 것이 우연이 아닌 역사적 배경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3.5평으로 시작한 용산역은 지금은 연면적 8만 2천 평 지하 3층 지상 9층의 거인이 되었고 용산역 앞, 한강로는 더 큰 거인이 들어섰고 용산역 뒤 전자랜드 편에도 무지막지한 덩치가 들어섰고 또 계속해서 들어서는 중이다. 단지 가림막 너머 흙 밭인 조차장 터만이 낮은 자세를 고르고 있다. 어느 시대엔 한강과 만초천이 범람을 거듭하던 모래 땅으로, 어느 시대엔 난데 없는 군용지로, 그리고 지금은 거대 빌딩을 뫼실 예정지로서 가림막 안 쪽엔 해가 다르게 나무들이 무성해 진다.

 


 

 

 


 


  

오종희 作 (본 연구소 회원, 한백교회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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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희

(본 연구소 회원, 한백교회 교인)


    그 곳이 공사 중임을, 그 곳에 분명한 소유주가 존재함을 알리는 가림막은 추상화된 도시 공간을 걷는 거리산책자를 더더욱 둔감하게 만든다.

   2017년 질곡진 한국 현대사의 축도인 용산은 자본의 논리가 숨고르는 공간마다 중성의 흰 가림막을 세운다.


 

    벤야민에게 도시 공간은 여러 시대의 시간 층이 얽혀 있는 곳이듯이 용산에 거주하는 내게도 그 곳은 개인의 감각과 집단의 역사가 중성화를 거부하고 흰 '막' 위에 쓰여지는 곳이다. 

   

    그리하여 무언가가 완공되면 이내 사라질 막 위에, 그 임의의 면적에 기억과 시간을 소환한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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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소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의 죽음』

지은이 : 당대비평 기획위원회
쪽수 : 276쪽
값 : 14,000원
출판사 : 산책자
출간일 : 2009년 12월 9일

             * 책 소개 보러가기

* 이 책에는 본 연구소 정용택 연구원과 김진호 연구실장의 글이 수록돼 있습니다. 한겨레 신문에 소개된 기사를 링크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광장의 눈물, 왜 용산을 비켜 흘렀나"(한겨레, 200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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