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를 향한 여정” 


(Walter Brueggemann)




김진양

(Ph.D. The Lutheran School of Theology at Chicago (the Old Testament))




    지난 2015년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을 방문했고 많은 미국인들이 열광했다. 교황의 미국방문 중 언론의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것은 바로 교황의 연방의회와 유엔에서의 연설이다. 교황의 중심 메시지는 보편적 복지였다. 이를 위해서 법을 만드는 의회나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 모두가 힘을 합쳐 공동이익과 결속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편적 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지나친 이분법적 접근, 즉 선과 악 또는 의인과 죄인을 구분하는 분리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분리주의가 이웃과의 담을 만들고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고 미국의 이민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황은 미국이 “우리가 아닌 그들”이란 말을 사용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경종을 울린다. 교황은 모두를 “우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 안에 진정 보편적 복지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가 우리 삶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성서학자 월트 브루거만도 자신의 책 『보편적 복지를 향한 여정』(Journey to the Common Good)에서 교황과 같은 주장을 한다. 미국은 시간이 갈수록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빈부격차를 현재 미국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까지 이야기했다(Pew Research Center). 한국도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고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을 넘어서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영구 빈곤층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루거만은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와 예언서 예레미야와 이사야를 통해서 본 보편적 복지의 개념을 오늘날 우리 시대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해답으로 내놓고 있다.


   1. 브루거만은 자신의 책 1장에서 출애굽기의 보편적 복지를 향한 여정을 언급하고 있다. 출애굽기의 중심 주제는 단순히 노예에서의 해방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를 향한 기나긴 여정의 출발로 볼 수 있다. 브루거만은 애굽 왕 바로를 보편적 복지를 향한 여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묘사하고 있다. 바로가 지배하는 애굽 제국은 당시 고대근동의 최대의 곡창지대였다. 창세기와 출애굽기는 바로가 요셉과 부와 자본을 독점하는 방식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기근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요셉에게 와서 돈으로 곡식을 사는 경제행위를 한다. 결국 애굽과 가나안 땅의 모든 돈이 요셉에게로 몰렸고 요셉은 벌어들인 돈을 바로의 궁으로 보낸다(창세기 47:14). 사람들은 양식과 교환할 돈이 다 떨어지자 집에서 기르는 짐승들을 요셉에게로 끌고 온다(창세기 47:17). 양식과 바꿀 집짐승도 다 떨어지자 사람들은 양식을 얻기 위해 자신들의 몸과 밭을 요셉에게 판다(창세기 47:19). 칼 막스의 이론에 의하면 애굽 제국의 “생산수단”(means of production)이 바로에 의해 독점 지배되고 있는 구조다. 결국 밭에서 생산된 것의 오분의 일을 바로에게 바치는 애굽 제국의 토지법이 만들어지게 된다(창세기 47:26).[각주:1] 브루거만은 애굽 제국의 노예제도는 소수권력 계층의 교묘한 조작으로 인한 부와 재산의 독점을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출애굽기는 단순한 노예에서의 해방이 아니라 애굽 제국의 독점경제에서 광야의 보편적 복지를 향한 대탈출이라고 주장한다.[각주:2] 출애굽기 5장은 무자비한 노동력 착취를 자행하는 바로와 보편적 복지를 위해 출애굽하기를 원하는 모세와의 갈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브루거만은 애굽 제국의 독점경제의 시작을 바로가 꾼 악몽에서 보고 있다. 바로의 꿈과 대조적으로 모세는 보편적 복지를 향한 희망의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다. 출애굽 한 히브리인들이 보편적 복지의 삶을 처음으로 배운 곳이 바로 광야다.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는 만나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애굽 제국의 피라미드식 생산경제 체제와 구별된다. 첫째, 만나는 일용할 양식으로서(출 16:4), 자신에게 필요한 양만큼 만 거두어 양식을 불의하게 축적하는 애굽 제국의 독점 경제체제와 다르다(출 16:16). 둘째, 만나를 거두는 행위는 애굽 제국의 노예제를 통한 착취된 노동이 아니라 자발적 노동이다(출 16:16). 셋째, 만나를 통해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불안과 걱정으로 고통 받는 애굽의 삶과 달리 결핍 속에서도 풍성한 나눔과 감사가 넘치는 아름다운 광야의 삶을 엿볼 수 있다(출 16:18).


    브루거만은 시내산의 십계명 중 안식일 준수계명은 단순히 예배가 아니라 애굽 제국의 시스템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고 더 나아가 끊임없는 소유와 부를 추구하는 물질 만능주의 삶으로부터 해방하는 의미라고 주장한다. 애굽 제국의 경제는 끊임없는 노예의 노동으로 굴러가는 사회로서 히브리 노예는 쉼 없는 노동으로 착취당했던 것이다.[각주:3]


    마가복음 6장의 예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시는 장면은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가 실현되는 방식을 예수께서 직접 보여주고 있다. 브루거만은 광야의 만나와 예수의 오병이어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 복지는 오늘날 독점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하늘의 메시지라고 주장한다.


    2. 브루거만은 광야 시내산의 핵심인 보편적 복지사회의 메시지가 예언자들에게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브루거만은 자신의 책 2장에서 예레미야의 보편적 복지를 향한 예언자적 외침을 언급하고 있다. 브루거만은 예레미야가 다윗과 솔로몬 왕국의 종교적, 도덕적, 경제적 악행을 고발하고 있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예레미야는 다윗왕조의 악행의 최고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솔로몬의 통치를 강하게 비판한다(예레미야 9:23-24). 이어서 브루거만은 솔로몬 왕조의 번영과 부귀를 미국의 부귀영화에 비교한다. 예레미야는 솔로몬의 종교적, 도덕적, 경제적 악행을 하나님의 사랑, 정의, 공의로 맞서고 있다. 브루거만은 이 세 가지 요소는 보편적 복지사회로 나아가는 가장 중요한 하늘의 메시지라고 주장한다.[각주:4]  


   3. 브루거만은 자신의 책 3장에서 이사야의 메시지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다. 이사야서의 중심 메시지 중 하나는(특히 제 3 이사야- 이사야 56-66) 바로 포로 귀환 공동체의 재건을 위한 새로운 질서 확립이다. 브루거만은 새로운 공동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보편적 복지라는 것이다. 특별히 이사야 65장은 새 하늘과 새 땅의 비전을 언급하며 브루거만은 이사야의 비전은 다름 아닌 보편적 복지의 비전이라고 역설한다.  [각주:5]


    이 책은 브루거만이 2008년 10월 레젠트 컬러지에서 강의 한 내용을 토대로 2009년 1월에 출판사와 출판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바로 그때 미국은 경제위기를 맞이하였다. 브루거만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보편적 복지의 상실이라고 단정한다. 그는 구약성서의 출애굽기, 예레미야, 이사야가 꿈꾸었던 새 하늘과 새 땅을 통해 오늘날 우리들이 독점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보편적 복지라는 새로운 사회를 꿈꾸고 만들어 나가야한다고 경고한다. 보편적 복지가 실현된 사회를 하나님 나라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나누고 섬기는 삶이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일구어 나가는 하나의 거룩한 노력임에 틀림없다. 


* 필자소개

    현재 미 연합감리교회 북 일리노이 연회에서 목회, 시카고 루터란 신학대학에서 구약학 전공(Ph.D.), Wartburg College에서 강의


ⓒ 웹진 <제3시대>

  1. 월트 브루거만, 『보편적 복지를 향한 여정』(Journey to the Common Good, Louisville: Westminster John Knox Press, 2010). [본문으로]
  2. 브루거만, 6쪽. [본문으로]
  3. 브루거만, 26쪽. [본문으로]
  4. 브루거만, 68쪽. [본문으로]
  5. 브루거만, 114-115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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