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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공간접기 (정승원)

사진에세이

by 제3시대 2016. 9. 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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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접기


éspace plié(atelier à dijon, france)_작업실 모서리에 테이프 드로잉_2007


십여 년 동안의 유학생활 내내 프랑스식의 옛 건물들은 이질적이고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었으며, 의식적으로든지 무의식적으로든지 내가 에트랑제 (étranger; 외국인)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했다. 왜냐면 어렸을 때부터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서 살았고, 도시의 획일화된 생활공간에서 자라왔기 때문이었다. 


 이사를 할 때면 점점 한국식 아파트와 비슷한 네모 반듯한 거주지를 찾았는데, 접혀진 공간에 관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렇게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서 잦은 거주지 이동을 경험하면서 부터이다. 

그러면서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든지 옮겨 다니며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곳들이 모두 내 집 이라는 경험은 집에 대한 나의 인식을 중간자적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하였다. 한곳에 터전을 잡고, 가족의 규율에 얽혀있는 ‘한국의 집’에 대한 인식이 점점 가벼워 지면서 종이처럼 가벼운 공간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은 먼저 공간의 축소 도면을 그려 모형을 제작하는데 이 축소 도면은 일반적인 건축의 도면 제작 순서와는 반대로 제작된다.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구성된 건축공간의 실물 사이즈를 줄여서 종이면 위에 펼쳐놓는데(드로잉 하는데), 이는 건축공간을 종이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일종의 해체 작업이다. 다음으로 실재 공간의 모서리에 종이접기의 선들(안 접기, 바깥 접기의 선들)을 구분하여 테이프로 드로잉 하여 ‘접혀진 공간‘은 완성된다. 


 이렇게 물리적인 건축공간을 상상의 종이공간으로 탈바꿈 시키는 이유는 마치 종이박스에 이삿짐을 넣어 여기저기 옮길 수 있는 것처럼, 종이박스처럼 가벼운 집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리 저리 쉽게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함이다. 


éspace plié́(residence st-bonnet, bourges, france)_거주공간 모서리에 테이프 드로잉_2010


접혀진 공간(경기창작센터c203)_작업실 모서리에 테이프 드로잉_2014



 


 

  

정승원 作 (설치작가)


- 작가소개

프랑스 부르주 국립 고등 미술학교 졸업, 경기창작센타 입주작가 

개인전 | 2014 해석의 재해석, 경기창작센터 

           2011 PLI, Eapace PRIVAT, 디종, 프랑스 

그룹전 | 2015 알 수 없는 그 무엇? 하하하, 전라남도 도립 옥과미술관 

           2014 루와얄 섬 레지던시 보고전2 금천예술공장 

프로젝트 | 2015 프롬나드(황금산프로젝트), 아르코,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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