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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정보 : 바울신학가이드 24] 알란 바디우 II (한수현)

신학비평

by 제3시대 2018. 3. 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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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신학가이드24]



알란 바디우 II : 바디우에게 진리란 무엇인가?




한수현

(Chicago Theological Seminary 박사)



   아감벤 이전에 다루었던 지젝과 바디우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그 둘은 한 스승을 모신 사람들이다. 바디우는 직계제자쯤 되고 지젝은 그 스승의 글을 읽고 독학으로 엄청난 후계자로 우뚝 선 제자쯤 될 것이다. 아담 코스트코(2008, 77~78)는 둘을 소개하며 그들의 철학의 위치를 설명하였다. 지젝과 바디우가 모신 스승이 있었으니, 바로 포스트모던의 전설의 세 명의 고수 중 하나인 라깡이었다.(데리다, 라깡, 푸코) 이 세 명의 전설의 고수들이 포스트 구조주의 내지는 포스트모던의 주축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른바 진리(truth)라는 단어를 인문학의 세계에서 지워버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진리라는 것은 없는데, 데리다는 진리에 가장 가까운 것이 바로 해체라고 했을 것이고, 푸코는 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진리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라고 물으면서 득의의 웃음을 지을 것이고, 라깡 또한 프로이드를 재발견하며 진리라는 Big other는 이미 구조화된 주체가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그리움을 지우기 위해 위안거리로 만들어낸 무엇일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결국, 그들에 의해 진리를 더는 말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또는 말하려면 그들 이전의 방법들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말해야하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결국 진리를 아무도 말하지 않는 시대에 진리를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니 그 중 하나가 바로 라깡의 제자였던 바디우였다. 바로 스승의 진리를 없앤 그 자리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진리를 구성해나간 것이다. 먼저 왜 그랬어야 했는지 생각해 보자. 포스트모던이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다원화된 사회라는 말이 필자에게는 유행이었다. 즉, 하나의 가치가 다른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여러 가치들이 공존하게 된 사회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1990년대에는 이른바 플루럴리즘, 다원주의라 종교에서도 큰 영향을 미쳤다. 종교 간의 대화라든가 구원의 길이 하나일 필요는 없다는 여러 가지 말들이 유행처럼 번져갔다. 그것은 결국 포스트모던이라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일어난 역사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거기에 대한 성찰과 개발이 필요한 시대였다. 그러나 한국의 기독교는 그 이전의 종교적 도그마와 가치들로 그러한 조류를 억누르는 방법을 선택했었다. 아마 작금의 교회의 여러 현상은 그러한 선택의 부작용인지도 모른다. 자 그럼 생각해 보자. 과거로 회귀하는 방법이 힘들다고 한다면, 그럼 진리라는 것을 포기하고 다가 치적 사회에서 여러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로 나가야 할까?


바디우는 여기서 벗어나고자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구조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에 괄호를 치고,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또는 예측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에도 엑스 표시를 하고, 순수하게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집중하고자 하였다. 그러한 사건 중에 그야말로 보편적인 것 모든 가치를 안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진리이다. 그리고 이 진리를 현재화 할 수 있는 사건은 언제나 어떠한 조건(상황, condition)에서 시작된다. 한국이란 나라의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정치), 어떤 연구 담론에 의해 운영되는 하나의 과학적 상황에서(과학), 어떤 기대들이나 일반적인 규칙에 의해 지배되는 한 예술적 상황에서(예술), 또는 개인들간의 관계에서(사랑) 진리 사건은 출연한다 진리-사건(Truth-event)이 출연하면 어떤 이들은 무시해 버리고, 또는 부정하는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이를 알아차리고 이를 받아들인다. 이를 받아들인 사람들이 주체들이 되며 이 진리-사건의 결과를 따르는 사람들의 시도를 진리-과정(Truth-process)이라 한다. (Kotsko, 78-79)


바디우의 생각에 좀 더 접근하게 위해 왜 그가 진리-과정의 예로 정치, 과학, 예술, 사랑을 말하면서 철학을 언급하지 않는가를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철학은 그 스스로 진리-과정을 도출해내지 못한다. 오로지 “진리란 존재한다.”고 말할 뿐이다. 철학은 하나의 독립적인 담론이 아니라 언제나 그 자신의 영역을 위해 외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외부를 구성하는 것이 조건(Condition)이다.(Steven Corcoran, 2015, 68) 그 조건들을 바디우는 대표적으로 과학, 예술, 정치, 사랑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서구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울 플라톤의 철학은 바로 위의 네개의 조건들로 부터 그의 철학을 구성하였다. 그러므로 철학은 진리들이 머무르는 공간을 창조해내는 역할을 하고 이 공간 자체는 시간과의 관계를 통해 진리를 나타내게 된다. 즉, 진리-사건이 진리-과정이 되는 것을 감지하고 거기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철학의 역할인 것이다.(Alain Badiou, 2009, 521)


아주 어설프게 바디우의 진리-과정과 철학의 역할에 대하여 설명하려 한 것은, 바로 바디우가 바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와는 전혀 다른 관점이기 때문이다. 과학, 예술, 정치, 사랑이란 조건에서 나타나는 진리-과정에 다시금 이름을 부여하는 철학은 비록 진리-사건이 그 이전에 계획되거나 예상되어진 어떤 것이 아니며 또한 하나의 지식의 형태를 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리로서 보편성을 확보해야한다. 바울은 이와는 달리 매우 구세대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신화적 요소’를 가진 ‘예수가 부활했다’는 오직 하나의 선언에 기반하고 있다.(Badiou, 2003, 108) 그리고 바울은 그 하나의 특수한 선언을 통하여 보편적 진리-과정으로 들어가는 매우 독특한 사유구조를 보여준다고. 곧 바디우는 바울이 ‘보편에 대한 첫번째 이론가들 중 하나’(실천의 반대인 이론이 아니라, 현실성의 반대로서의 이론)라고 말한다. 다음 웹진에서는 바디우가 이천년전의 신화적 선언으로 통해 보편성으로 나아갔던 바울을 현대로 소환하는 이유와 그 이유를 통한 바울의 현대적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참고문헌 

Kotsko, Adam. Žižek and Theology. London: T & T Clark, 2008. 

Badiou, Alain, and Ray Brassier. Saint Paul: The Foundation of Universalism. Stanford, Calif: Stanford University Press, 2003. 

Badiou, Alain. Being and Event 2, 2. London: Continuum, 2009. 

Corcoran, Steven. The Badiou Dictionary. Edinburgh: Edinburgh Univ. Press, 2015.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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