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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코로나 시대, 작은 교회가 아름다울 수 있을까(김진호)

시평

by 제3시대 2020. 9. 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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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작은 교회가 아름다울 수 있을까*

김진호(본 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장)

코로나19 확진자의 증가폭이 다시 위험스럽게 상승하고 있다. 이번엔 교회가 집단감염의 원인이다. 특히 수도권의 작은 교회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수천 혹은 수만명이 모이는 대형교회가 아닌 것은 천만다행이다. 한데 ‘작은 교회’라는 점이 갖는 의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집단감염이 일어난 모 교회는 담임목사가 이 교회의 지표환자, 즉 처음 발견된 환자인데, 그가 어느 다단계업체에서 근무하는 중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목사의 이중직 금지’는 많은 개신교 교파들이 아직도 고수하는 목회자 규칙이다. 그런데 최근 여러 교단들에서 생계형 이중직 허용을 요청하는 안건이 각 교단 총회에 제출되었다. 그것은 목회자들의 빈곤 현상이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장로교의 한 교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대도시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5인 가족 연 생활비가 1740만원 정도다. 그해 정부가 발표한 4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2004만원이다. 감리교단의 2018년 미자립교회 비율은 47%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 교단의 목사와 전도사 중 족히 40%가 미자립교회에서 일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 많은 목회자들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현실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위의 집단감염이 일어난 교회의 목사도 최저생계비 미만의 생활비를 교회에서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 교회는 무허가주택을 교회당으로 쓰고 있었다. 2차 감염이 일어난 곳으로 추정되는 교회식당은 창문도 없는 밀폐된 곳이었다.

이런 열악한 교회의 담임목사는 생계를 위해 이중직 노동생활을 했을 것이다. 대개의 목사가 그렇듯이 노동자가 되기 위한 충실한 준비가 부족한 이가 할 수 있는 일터는 가장 취약한 곳 중의 하나였겠다. 그런 중에 감염이 일어났다. 코로나19의 집단발병이 일어난 일터들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노동환경을 가진 곳들임은 익히 알려진 바다.

이 교회가 속한 교단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교단은 목회자의 최저생활비 대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가장 부유한 교단의 하나인 감리교회가 미자립교회 조사를 하면서 이 교회들에 매월 100만원을 지원하려면 연간 350억원이 든다는 추산을 내놓은 바 있다. 당연히 이 부유한 교단조차도 불가능한 액수다.

한데 매년 폐업하는 교회는 1000곳을 훨씬 넘고 5년 이상 살아남는 개척교회 비율은 3%가 안 된다. 그런데 교회 수는 계속 늘고 있고, 폐업하는 교회들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 교단은 아무런 대책도 없다.

더욱 문제는 신학생 때부터 목회예비자들이 배우는 공부 내용 중에는 종교인으로서 시민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관한 것이 전무하다. 해서 그들은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이웃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전혀 배우지 못한 채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된다. 물론 세금에 대해서도 배우지 못하고 공공성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은 채 목회자가 된다.

그런데 그들이 교회 실습을 나가거나 선망하는 선배들의 성공담을 들을 때 종종 접하는 얘기는 타인을 배려하는 종교가 아닌 군림하는 종교에 관한 것들이다. 나는 오래전 이런 신앙을 ‘무례한 종교’라고 명명한 바 있다. 해서 목회 과정에서 성찰하지 않은 많은 목회자들은 무례한 종교의 전위대로서 스스로를 이해하곤 한다.

작은 교회는 홀로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해서 작지만 가치 있는 곳이라는 지역사회의 평판이 절실히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빌 게이츠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거의 1억달러를 기부했고,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가난한 교회는 어떻게 해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것인가? 무엇으로 질병의 공포와 고통에 놓인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것인가? 이런 고민이 목회의 일부가 되는 교회는, 그리고 목사는 가난하지만 멋진 이웃이 될 첫 번째 자격을 갖게 된다.


*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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