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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힘]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김윤동)

시선의 힘

by 제3시대 2021. 4. 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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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김윤동(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기획실장)

 

집에 들어오는 도중에 맞은편 집에서 피아노 소리가 났다. 참 요즘 세상에 누가 ‘쌩’피아노를, 그것도 저녁에 연주할 수 있나 싶으면서도 추억이 떠올라서 뭔가 ‘동네’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옛날에는 피아노를 그냥 뚱땅거리면서 치는 게 한편으로는 정겨운 일이면서 누군가는 익명의 무대에서 연주를, 누구는 익명의 청중이 되어 그렇게 다들 오후나 저녁 시간을 지새웠던 것 같다.

 

피아노를 치는 대부분의 사람은 꼭 특정 부분에서만 틀리곤 했다. 예를 들어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한다 치면, ‘미레미레 미시레도라 도미라시 미솔라’, 다시 ‘미레미레 미시레도라 도미라시 미솔라’ 이걸 거의 2시간을 도돌이표로 연주하는 똥손들(?)이 있었다. 익명의 청중들은 머릿속으로는 그 부분을 넘어가도 한참 전에 넘어갔어야 하는데, 연주자의 손이 따라가주지 못하는 바람에, 그 익명의 청중들은 각자의 집에서 혼자 울분을 삼키곤 했더랬다.

 

오늘의 그 연주자는 <주를 향한 나의 사랑을>이라는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교회 내 메인 반주자 정도의 엄청난 실력자는 아니었지만, 그저 딱 2~3년 정도 취미로 쳤던 사람이거나 그냥 10여년  정도 새벽기도 찬송가 연주만 해오신 정도의 실력으로 보였다. 연주는 투박했지만, 마음이 느껴지는 진정성 있는 연주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듣고 있는 나의 마음이 뭔가 말랑한 봄이라 그런 것인지 지금도 그 연주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걸 보니 뭔가 연주자와 청중, 그리고 그 소리가 있는 풍경은 참으로 나를 깊은 회한 속으로 밀어 넣었다.

 

교회라 이름 불리어지는, 그러니까 팬데믹 상황 속에서 다시 불붙어 버린 그 이야기, 첨예하게 논쟁 속에 있는 그 ‘교회론’,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의 모임의 정체는 무엇인가? 우리가 돌이켜보면 작은 연주와 작은 청중이 있는, 그렇게 삶의 소소하고 하찮을 수도 있는 생활의 연주와 그걸 들어주는 청중이 있었던 곳이 교회인 것 같다. 다들 이번 생이 처음이라 삶의 상황들에 미연하게 대처하고 실수하고 실패한 그런 연주의 똥손들이 모여, 짚어줄 부분은 짚어주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같이 넘어가주곤 했던 곳 말이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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