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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힘] 공동육아 적응기 (김난영)

시선의 힘

by 제3시대 2016. 3. 2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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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적응기



김난영

(한백교회 교인)

 


       지난 가을 우리 부부는 아이 둘을 맡길 기관에 ‘합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대학입시도 아니고 얼마나 좋은 곳에 보내려고 유난을 떨었나 싶겠지만, 우리의 유별난 노력의 이유는 교사진이 우수하다는 구립 어린이집이나 병설 어린이집도, 다양한 특기활동이 있는 민간 어린이집도, 원어민 교사가 상주하는 영어 유치원에 보내기 위함이 아닌, 오로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리하여 집근처 수락산 입구에 자리 잡은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선택하게 되었다. 등원을 위해 가족소개서를 써서 제출하고, 온 교사진과 부모면접관에 둘러싸여 30여분의 심층면접 끝에 그것도 2년에 걸친 두 번의 도전 끝에 입소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주 아이들과 부모의 적응이 시작되었다. 부모가 조합원이 되어 운영주체가 되는 이곳에서 아마(엄마아빠의 줄임말로 공동육아에서 부모를 일컬을 때 쓰는 말)는 각자 다른 소위에 소속되어 첫 주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방모임’이라고 해서 아이가 소속된 방의 교사와 부모가 함께 둘째 주에 모임을 갖는다. 그리고 다른 방에 소속된 아이의 부모, 교사와의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통합방모임’이 있고, 아이의 친구 집에 부모가 동원되어 왕래하는 마실문화도 활발하다. 두 아이를 보내는 우리 부부는 방모임도 두 번, 통합방모임도 두 번, 내가 어린이집을 다니는 것도 아닌데 어린이집 사람들을 왜 이렇게 자주 보나 싶다.   

      이번 주는 첫 주라 소위 모임에 다녀왔다. 하루 먼저 다녀온 남편은 고개를 살래살래 젓는다. 안건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처리해나가는 회사식 회의에 익숙한 남편은 뭔 할 얘기들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며 푸념을 한다. 중요한 일도 아니라 단순히 찬반의 결정만 해도 좋을 걸 너도 나도 꺼내놓는 이야기들이, 평일 퇴근 후 시간을 할애해 참석하는 그의 피로도를 높이는 듯하다. 두세 시간의 긴 회의 끝에는 한 잔 기울이는 뒤풀이 자리도 꼭 있으니, 소위 모임 첫날 남편은 평소 야근 때보다 더 늦은 시간에 귀가했다.   

       나는 아이들의 적응기를 위해 지난 사흘을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집에서 보냈다.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다. 이곳의 별명문화가 낯간지럽고 교사와 어린이간의 평어문화가 낯선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은가보다. 맨날 산에서 놀고 엄마가 말리는 흙놀이, 물놀이를 추운 계절에도 맘껏 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은가보다. 

        사흘의 짧은 경험을 통해 육아공동체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아이의 첫 기관 적응, 즉 사회활동의 시작은 ‘곁을 내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의 곁에는 항상 엄마가 있는데 그 곁을 선생님 혹은 친구들에게 내어주는 것, 그게 첫 단계라고 한다. 아이는 엄마 품을 벗어나 사회 속으로의 도약을 위해 자신의 곁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짧으면 며칠 길면 몇 달을 울고불고, 애착자인 엄마가 아닌 다른 이에게 곁을 내어주기 위해 애를 쓴다.. 

        아이가 떠나갈 내 곁, 우리의 곁을 잠시 돌아본다. 지하철에서 잠시나마 편히 쉴 수 있는 내 자리, 밥벌이를 위해 지켜야하는 내 자리만 바라보지 옆에 누가 있는지는 관심이 없다. 지금의 척박한 삶은 곁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다. 고개를 살짝 돌리기 위해서는 내 시간을 내려놓아야하고 내 것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아이를 위해 모인 육아공동체의 낯설고 불편하고 귀찮은 모든 만남과 의사결정 과정은 내 아이가 아닌 그 곁의 다른 아이의 삶에 관심을 갖기 위함이 아닐까. 우리도, 우리의 아이들도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는 기꺼이 곁을 품고 가는 좋은 부모,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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