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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개혁의 몸짓 ‘변방의 교회들’(김진호)

시평

by 제3시대 2017. 11. 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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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몸짓 '변방의 교회들'[각주:1]

 

김진호

(본 연구소 연구실장)




    2015년 인구센서스의 종교인구 조사결과는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신교 인구가 감소한 2005년 인구센서스의 결과가 이번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무려 123만명 정도나 증가했고, 최대 종교였던 불교를 처음 앞질렀다. 

   문제는 사회적 신뢰도에선 개신교가 다른 두 종교보다 크게 밑돌았다는 데 있다. 불교와 가톨릭이 개신교보다 각각 3배와 4배나 더 신뢰받는 종교였다. 그리고 이 수치는 2005년과 2015년에 별반 차이가 없다. 한데 시민사회가 불신하는 종교임에도 2015년에는 신자수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이 이상한 현상의 비밀이 개신교의 적극적인 ‘신자마케팅’에 있다고 보았다. 2000년대 이후 개신교는 일종의 대상에 대한 ‘맞춤형 프로그램들’을 적극 개발했다. 연령별, 직업별 프로그램들뿐 아니라 비혼자, 1인 가족, 입시재수생 등 집단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2005년 무렵처럼 과거청산의 기조가 강한 시대에는 그다지 효력이 높지 않았던 반면, 사람들이 저마다 존재의 위기에 휩싸여 있던 2015년 무렵에는 그것들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활용한 주체는 단연 강남, 강동, 분당 등 중·상위계층이 많은 지역에서 급부상한 신흥 대형교회들이다. 이들 교회는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쏟아부으면서 빠른 성장을 이룩했다. 반면 새로운 신자마케팅 방법들을 활용할 만한 자원이 부족했던 대부분의 중·소형 교회들은 지속적인 역성장의 위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여 2000년대 이후 개신교회의 양극화는 한결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 교회뿐 아니라 대형교회에 대해서도 시민사회는 사라져야 할 적폐에 다름 아니라는 따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사회적 신뢰도 조사들에 따르면 이런 비판적 인식은 개신교의 자폐적 자기중심주의에 대한 시민사회의 문제의식과 관련이 있다. 세금 내지 않는 목사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탈법과 편법을 마구 써대는 교회들, 편견과 배제를 부추기는 개신교도들의 언행들 등등이 그렇다. 한마디로 자기중심주의에 빠져서 타인을 존중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일삼는 무례한 종교라는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교회들의 교세가 빠르게 팽창했다는 것은 단지 ‘그들만의 성공’일 뿐이다.

    한편 가장 위기를 적나라하게 체감하는 교회들은, 말할 것도 없이, ‘소형교회’들이다. 그들 중 많은 교회들은 예배당을 유지하기도 벅차다. 어느 곳이든 예배당다운 공간으로 치장하기도 쉽지 않다. 어떤 교회는 다른 이들과 공간을 ‘셰어’해야 하고, 또 다른 교회는 이중 기능의 공간(가령 교회이면서 어린이 공부방)으로 활용해야 한다. 목사가 스스로를 성스럽게 치장하기엔 교인들과 너무 밀착되어 있다. 심지어 교회당 문을 열면 바로 시장통이고 위층엔 술집이 있고 옆집엔 식당이 있다. 종교적 성스러움을 과시할 만큼의 이웃과의 거리가 해체되어 버렸다.   

   이런 교회당과 목사의 현실에 부합하는 교회 전통이나 신학은 전무하다. ‘거리두기’를 기반으로 하면서 발전했던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해석들은 소형교회들의 현실과는 너무나 멀리 있다. 하여 오늘 소형교회들은 ‘변방으로 떠밀린 유민들’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변방의 교회들’ 중 일부가 자신들의 현실을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목사와 신자의 거리두기가 해체된 교회는 수평적 관계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예배 형식과 내용을 발전시켰다. 또 예배당을 종교적으로 변별된 공간이 아니라 삶과 뒤섞인 공간으로 채워갔다. 나아가 이웃들과 간격 없이 직면한 교회는 이웃과 ‘밥’을 나누고 ‘가치’를 나누는 생활의 동료로서 살아가려 한다.

   그런 교회들이 자신의 명칭을 ‘작은 교회’라고 불렀다. 이들 ‘작은 교회’는 자폐적 성공을 추구하고 큰 교회가 되려 하기보다는 작음 자체를 향유하고 이웃과 공공적 가치와 삶을 나누는 운동을 벌인다. 그런 신앙운동을 각각의 지역에서 벌이는 교회들이 매년 모여 박람회를 열었다. 5회째 되는 올해엔 그런 경험들을 전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 나누고자 대회 명칭을 ‘작은 교회 한마당’이라고 바꾸었다. 여기엔 신학대학이나 교단 기구들로부터 어떠한 서포팅을 받지 못한 ‘작은 교회’들을 신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재야단체들도 참여한다. 그리고 올해엔 작은 교회를 주제로 하는 신학자들의 책이 발간되었다.

   성장이 아닌, 이웃과 가치 있는 삶을 나누고자 하는 작은 교회들의 소박한 움직임이 이렇게 변방의 교회들로부터 꿈틀거리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개혁의 진정한 몸짓이다.


ⓒ 웹진 <제3시대>




 



  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90100&artid=201710272102035 이 글은 경향신문 [사유와 성찰] 17. 10. 27일자로 실린 글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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