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퀴어] ‘흉자’의 일기 (김정원)
'흉자'의 일기 김정원* 1. 오늘은 여교역자회 총회가 있는 날이다. 모임의 성격을 고려하며 무엇을 입을지 고민한다. 학부 시절부터 노회 모임과 같이 경건을 가장해야 하는 곳에 참석할라치면 평소 입지도 않는 ‘딱정장’을 입어야 했는데, 그 본새가 몹시 간지러웠다. 그럼 입던 대로 하고 나가면 될 것을 머리에 꼭 꽃을 달고 갔었다. 본래도 경건한 복장과는 거리가 먼 인생이었지만 꽃까지 달고 갈 것 뭐 있었나 싶다. 요샛말로는 ‘관종’이었나 보다. 변명하자면, 그 경건 일색의 분위기에 참여적이고 싶지 않았다. 타고난 반골기질이기도 하고, 나름의 저항이었다. 선배들의 꾸지람에도 개의치 않고 부단히 꽃을 달고 갔었는데, 이러한 기질은 목사가 되어도 채 수그러들지 않았는지 나는 ‘꽃까라’의 짧은 원피스를 입고 총..
페미&퀴어
2018. 8. 16.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