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시평]하나의 유령, 극우정치라는 유령이 한국개신교를 떠돌고 있다(이상철)

시평

by 제3시대 2019. 11. 25. 19:50

본문

하나의 유령, 극우정치라는 유령이 한국개신교를 떠돌고 있다*

이상철
(한백교회 담임목사 / 크리스찬아카데미 원장)

I. 들어가며

촛불과 태극기로 확연하게 갈라진 광장의 풍경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바라볼 때 마다 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목회자로서, 신학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더욱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한국개신교가 혐오와 배제의 매카니즘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극우정치의 배후라는 소문이다. 어쩌다 한국개신교는 그런 오명을 쓰게 되었을까? 아니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한국개신교는 진정 극우적인가? 우리는 어쩌면 한국개신교에 대한 별다른 정보와 근거 없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자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이런 물음과 문제의식에서 나는 본 연구단의 정치분야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과제를 수행해 가면서 보다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한국개신교의 정치의식과 어떻게 조우할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이 원고는 그 결과물중 일부라 할 수 있다.   

  연구단이 시행한 한국인의 사회의식 조사 중 정치분야 질문은 총 18문항이었다.** 모든 문항에 대한 분석을 제한된 지면에서 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여기서는 한국개신교와 극우정치와의 상관성에 포커스를 맞춰 글을 전개할 것이다. 본 연구에 대한 보다 자세하고 심층적인 보고서는 조만간 대한기독교서회에서 단행본으로 묶여서 나올 예정인데, 출판 이 후에 각론별로 한국인의 사회의식에 관한 신학적, 사회학적, 심리학적 분석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II. 정치분야 설문 분석

1) 정치 성향

: 중도-> 진보-> 보수 順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서 개신교인와 비개신교인 모두 중도를 택한 비율이 과반 가까이에서 형성되었다(개신교인:46.6%, 비개신교인:53.0%). 특이한 것은 50%를 기준으로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이 ±3% 차이로 개신교인은 50%에 못 미치고, 비개신교인은 50%를 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개신교인의 정치적 입장이 완고하고, 비개신교인들에 부동층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의견]

  이는 두 주체가 보수와 진보를 택한 비율로 증명된다. 진보를 선택한 개신교인의 비율이 비개신교인의 비율보다 높았고, 보수를 고른 개신교인의 비율도 비개신교인들보다 높았다. 개신교인들 중에서 보수를 택한 응답자는 목회자(31.5%)가 높았고, 주3회 이상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들(29.4%)도 높게 나타났다. 이것으로 미루어보면 교회에 대한 충성심, 헌신도가 높을수록 보수적이다, 라는 단순한 판단이 나올수도 있겠는데, 주3회 이상 예배에 나가는 교인들 중 23.9%가 본인을 진보적이라 표시한 것으로 보면 단순한 수치비교로 일반화 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 든다.   

2) 타자에 대한 정치적 감수성의 문제

: 개신교인이 비개신교인들보다 낮고, 20대 젊은층에서 난민에 대한 반감 두드러져

2018년 3월 청와대는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개신교인이 36.9% 찬성을 표시한데 비해, 비개신교인은 39.2%로 개신교인보다 2.3% 높게 나타났다. 반대를 선택한 비율도 개신교인( 25.5%)이 비개신교인(22.2%)의 경우보다 높았다.

  기본권의 범위를 국민으로 한정시킨 것은 근대국민국가가 탄생할 무렵 형성된 국가주의의 잔재라 할 수 있다. ‘국민’에서 ‘사람’으로 기본권을 확대한 것은 제한된 영토와 국민개념을 기반으로 한 정체성의 정치에서 벗어나, 다인종, 다문화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개신교인들이 비개신교인들에 비해 변화와 외부의 충격을 받아들이데 있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난민’에 대한 반응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난민은 이슬람 등 불온한 문화를 전파하므로 임시 보호라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답한 적극 반대층이 개신교인은 23.0%, 비개신교인은 18.1%로 나타났다. 5% 가까운 차이다. 평화와 화해와 환대의 종교인 그리스도교가 오히려 비신자보다 못한 타자에 대한 감수성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 일까. 유독 한국개신교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인지, 아니면 개신교 일반의 현상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고, 그렇다면 왜 그런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 또한 요청된다.                  

[난민에 대한 의견]

눈여겨보아야할 사항은 20대의 수치다.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에 반대가 가장 많았던 세대가 20대 개신교인(34%)이었다. 개신교 전체 반대 비율인 25.5% 보다도 10% 가까이 높은 수치다. 비개신교 20대들의 반대 비율도 25.2%로 비개신교 평균치인 22.2%보다 높았고, 이는 비개신교인 70대의 반대비율 31.8% 에 이어 2위에 해당되는 수치이다. 개신교인 20대는 비개신교인 포함 가장 강하게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자는 의견에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20대 청년들의 타자에 대한 감수성 문제는 난민 문제에 가서 절정을 이룬다. 개신교인 20대 청년층의 난민반대 목소리가 개신교 평균보다 7% 가까이 높은 30.6%로 개신교 전 세대 중 1위에 올랐고, 비개신교인 20대 역시 비개신교인 평균 반대율 18.1% 보다 6% 이상 높은 24.7%로 역시 비개신교인 전 세대 중 1위로 등극했다. 무엇이 오늘의 20대들로 하여금 타자에 대한 혐오를 야기 시키고 있는가?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이 가능할 텐데, 예상되는 답으로는 취업에 대한 어려움과 그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가 작동한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날로 악화되는 20대 청년취업의 문제를 21세기 자본이 지니는 구조적 문제에서 찾기보다는 시스템 밖에 존재하는 본인들 보다 약한 존재들에게로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20대 청년의 보수화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요청된다.   

3) 검찰개혁, 사법개혁, 5.18 왜곡 금지법에 대한 의견

: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사이 별 차이 없어   

올 한해 뜨거웠던 사회적 이슈들, 예를 들어 사법개혁 문제, 5.18 왜곡 금지법, 검찰 개혁 문제 등에 있어 개신교인들은 비개신교인들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겨울 양승태 전대법원장의 구속으로 세상에 알려진 사법부의 부당한 재판개입과 재판거래는 특별재판부 구성 및 문제 법관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의견에 있어 개신교인은 74.1%, 비개신교은 73.7%가 ‘찬성’ 의견을 보였다.*** 사실상의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사이 의견차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봄 5.18 광주민주화 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거나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이라 비난하는 발언이 있었다. 이러한 가짜뉴스 유포와 발언에 대해 ‘5.18 왜곡금지법’을 제정하여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에 개신교인의 62.4%, 비개신교인의 61.9% ‘찬성’ 의견을 보였다.**** 역시 마찬가지로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사이 의견차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법개혁에 대한 찬성 비율보다는 10% 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눈여겨 보아야할 대목이고, 보다 세심한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 

[사법 개혁에 대한 의견]

근래 조국사태를 계기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사항이 검찰개혁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말할 것도 없이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검찰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 수사권을 경찰에게 넘기고 검찰은 기소 및 공소유지에만 전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검찰권력에 대한 견제다, 혹은 아니다, 라는 상반된 의견이 지금 격렬히 충돌하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들 사이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찬성률’은 개신교인이 45.5%, 비개신교인이 46.6%이며, ‘반대율’은 개신교인이 20.5%, 비개신교인 21.7% 나타났다. ‘보통이다/잘 모르겠다’를 택한 율은 개신교인 34.4%, 비개신교인: 31.7% 로 나타나 대략 1/3 정도 되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판단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의 부동층의 향배가 앞으로의 정국의 방향을 좌우할 캐스팅보드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사법개혁이 ‘정의의 문제’라면, 5.18 왜곡금지법은 ‘진실의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검찰개혁은 굳이 말하자면 ‘정치(권력)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정의의 문제, 진실의 문제, 정치의 문제에 있어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들 사이 의견의 차이는 거의 없다.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사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없다는 말은 교인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공장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회보편의 인식을 개신교인들이 크게 거역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는 비종교사회, 탈주술화 사회, 세속사회로 특징지어지는 현대사회의 종교와 정치간 관계의 일반적 특징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한국개신교가 시민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으로 판단해도 될 만한 수치가 아닐까 싶다.    

4)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의견

: 전체적으로는 반대, 하지만 소수이나 그를 지지하는 개신교인들이 있다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은 두 가지였다. ‘문대통령 하야’ 발언에 대한 의견과 전광훈 목사의 최근 언행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그것이다. 문대통령 하야 발언에 대해 71.9% 개신교인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다/잘 모르겠다’는 19.3%, ‘동의한다’과 답한 비율이 8.8%로 나타났다. 

  50대(12.7%)와 60대(16.2%)에서 ‘동의한다’의 비율이 높았고, 주목해야 할 대목은 20대 개신교인의 ‘동의하지 않는다’의 비율이 60대(65.9%)보다도 낮은 65.3%로 모든 세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20대의 ‘보통이다’의 비율은 28.6%로 단연 1위였다. 20대 개신교인들이 문재인 정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전광훈 목사의 최근 언행에 대한 의견은 개신교인 3명 중 2명이(64.4%) 전광훈 목사의 언행에 대해 ‘전광훈 목사는 한국교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기독교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우려가 된다’는 응답율은 22.2%, ‘다소 지나치나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10.1%, ‘적극 지지한다’는 3.3%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13.4%의 개신교인들은 전광훈 목사의 언행에 동의를 한다는 이야기이고, 22.2%는 형식과 표현에는 반감이 있으나 심정적으로는 부동층으로 돌아설 수 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다. 

[전광훈 목사 최근 언행에 대한 의견 *개신교인 대상]

한기총 회장 전광훈 목사의 언행에 대해 교계에서 다양한 반박 대응이 있었다. 기윤실에서는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조직이 아닙니다”(2019년 6월7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였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6월10일)의 반박성명, 기독교회 원로 호소문(6월 18일) 등이 연속적으로 나왔다. 그리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가 행정보류를 결의했고, CCC(한국대학생선교회)는 공식적으로 한기총에서 탈퇴했다. 현재 한기총은 한국의 대표적 교단들이 모두 탈퇴한 상황이고 한국교회 70% 이상은 한기총과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광훈 목사는 한기총 회장이라는 명함을 지닌 채 극단적인 극우적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대해 2/3가량의 개신교인들은 반감을 보이고 있으나, 13.4% 라는 무시못할 전광훈 목사를 옹호하는 세력이 있다. 개신교가 극우정치에 휘말릴 수 있는 충분한 잠재적 위험성과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향후 개신교와 극우정치를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대화하고 연구해야할 필요가 제기된다. 

5) 기독교인의 정치참여와 태극기 집회

: 압도적인 부정적 의견, 그러나 우격다짐 시끄러운 소수

개신교인 5명중 4명 가까이(79.5%)는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기독교를 표방하는 정당을 창당하여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찬성율은 5.2%에 그쳤다. ‘태극기부대 집회에 기독교인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4명 중 3명 가량(74.4%)이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보였으며, 7.5%는 ‘긍정적이다’, 18.1%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태극기 부대 참여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는 참여해 본 경험은 2.9%이며, 5회 미만 참여가 2.6%, 5회 이상 참여가 0.3%로 나타났다.

[개신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의견 *개신교인 대상]

대한민국 헌법은 정교분리를 명시하고 있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다는 원칙은 정치가 종교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종교의 정치 개입을 금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 현대사에서 종교의 정치개입은 늘 있어왔다. 해방 후 서북청년단과 기독교우파의 밀월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군부독재정권시절 진보기독교계의 반정부 운동도 크게 보아서는 종교의 정치개입이라 말할 수 있다. 김영삼, 이명박 장로의 대통령 만들기에 한국개신교가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도 종교의 정치개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한국현대사의 전개과정에서 발생했던 종교와 정치의 역학은 시대를 읽어내는 중요한 단서였다. 

  하지만 그것이 종교의 공식적인 정치참여에 대한 호응이라고 보면 오판이다. 21세기 들어 현실정치에 개입하려 했던 기독교 정당들에 대한 국민들의 선택은 미비했다. 2004년(17대) 총선에 등장했던 기독민주복지당 1.1%, 2008년(18대) 기독사랑실천당 2.54%, 2012년(19대) 기독자유민주당 2.54%, 2016년(20대) 기독자유당 2.64%로 나타나 한번도 원내집입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2020년 21대 총선에 나서는 기독정당의 성적표는 어떻게 될까? 

  조사를 통해 드러나는 판세를 종합할 때, 기독정당의 성적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나, 일말의 염려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엮이는 일부 근본주의 개신교인들이 극우정치와 결합할 경우다. 전광훈 목사에 대해 동의를 보내는 13.4% 교인들, 기독정당에 5.2 % 지지를 보내는 개신교인들이 기세가 어떤 형국을 띄게 될는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보아야 할 성질이지만, 태극기와 촛불로 첨예하게 갈린 광장의 양극화 속에서 그들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기세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III. 나아가며: 한국개신교와 극우정치

지금까지 나는 정치분야 설문 분석 중 정치성향에 대한 의견, 타자에 대한 정치적 감수성에 대한 부분, 여러 개혁입법에 대한 의견, 전광훈 목사 관련 부분, 기독교의 정치참여에 대한 의견을 묻고 그 결과에 대한 간단한 보고와 비평을 하였다. 이를 토대로 한국개신교와 극우정치와의 상관관계를 종합하면, 지금은 미약하나 극우주의가 일부 개신교인들을 등에 업고 발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비단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극우정당과 극우적 성향이 인물들이 정치적으로 세를 모아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왜 이렇게 극우주의가 발호하고, 극우적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세계사적 흐름과 비교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에 들어가야 할 때가 도래하였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광화문 광장을 밝혔던 촛불은 규정할 수 없는 에너지, 즉 ‘정동(affect, 情動)*****이다. 광장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가 계속 차지할 수 있는 광장은 없다. 2년 전 우주의 기운이 잘 맞아서 용케 정권교체를 한 우리지만, 그 에너지는 언제든지 틀어질 수 있고, 우리들의 예상과는 다른 부정적 소여로 반전될 수 있는 그것이다. 촛불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이지만, 여전한 고용불안과 잡히지 않는 집값 상승은 체감경기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실업율과 절망적인 청년취업의 현실은 사회적 불안과 불만의 진앙이라 할 수 있다. 정권 초기에  남북관계의 청신호가 켜지는 듯 했으나 이런 저런 방해와 어려움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 촛불혁명을 가능하게 했던 기운과 분위기가 집권 후 개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향한 여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촛불혁명의 동력이 자칫 부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하여 역풍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지난 10월3일 개천절 광화문 보수집회는 그것을 보여주는 증상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근본주의 개신교는 부정적 에너지로 작동하면서 극우정치의 훌륭한 동반자가 되었다. 그것의 효력이 언제까지이고,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일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정치분야 설문조사를 통해 그러한 조짐이 일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게 감지되었다.  <끝>

* 2019년 <기독교사상> 11월호(통권 731) 특집 ‘2019년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중 정치분야 ‘한국 개신교인의 정치의식 : 극우정치와의 관련성을 중심으로’를 수정 보완한 원고임을 밝힌다.

** <정치 분야> 설문문항 18개: ① 정치성향, ② 헌법 개정에 대한 의견, ③ 개헌 범위, ④ 통치 구조에 대한 의견, ⑤ 국회의원 선거 제도에 대한 의견, ⑥ 기본권의 주체 확대에 대한 의견, ⑦ 검찰개혁(검.경 수사권 조정), ⑧ 사법부 개혁(특별재판부 구성 및 문제 법관 탄핵), ⑨ 난민에 대한 의견,  ⑩ 건국절에 대한 의견, ⑪ 5.18 왜곡 금지법에 대한 의견, ⑫ 6.30 남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견, ⑬ 남북미 정상회담 후 상황 예측, ⑭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의견, ⑮ 전광훈 목사 ‘문대통령 하야’ 발언에 대한 의견, ⑯ 전광훈 목사의 최근 언행에 대한 의견, ⑰ 태극기 부대 집회 참여 경험, ⑱ 기독교인의 태극기 부대 참여에 대한 의견  

*** 사법개혁 ...... [반대한다] 개신교인: 8.8%, 비개신교인: 10.0% / [보통이다/잘 모르겠다] 개신교인: 17.1%, 비개신교인: 16.3%

**** 5.18 왜곡금지법 ...... [반대한다] 개신교인: 17.4%, 비개신교인: 16.0% / [보통이다/잘 모르겠다] 개신교인: 20.2%, 비개신교인: 22.1%

***** ‘정동(affect, 情動)’이론에 의하면 마음은 유동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태라 고정된 개념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원래 ‘정동’은 스피노자의 ‘affect’의 역어다. 이 개념은 스피노자의 정의, ‘정동하고 정동되는“(to affect and be a affected)가 의미하듯, 존재자들 사이 만남 혹은 대결 시의 상태, 더 나아가 그 상호작용으로 인한 변화까지를 염두에 둔 말이다. 정동이 역사를 계속적으로 변형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 변형이 반드시 좋은쪽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정동은 그 자체가 누군가에게 전유되어지지 않는 에너지이기에, 언제든 현재의 판세를 비틀 수 있고, 삶의 부정적 요소로 작동할 수 도 있다. 즉 정동은 긍정과 부정 둘 다에게 작용하는 에너지의 총량이라 할 수 있다. 정동의 현재의 판세를 뒤집는 것을 ’정동적 전환‘이라 하는데, 촛불혁명을 통해 박근혜 정권을 중지시킨 경우가 대표적 케이스이고, 그 반대의 ’정동적 전환‘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촛불혁명의 정동이 부정적인 정동으로 전환되어 역풍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지경에 이르기 전에 정동을 유지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비상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으로 우리는 몰렸다. - 브라이넌 마수미, 조성훈 옮김 『정동정치』(갈무리, 2018), 김홍중 『마음의 사회학』(문학동네, 2009) 참조

ⓒ 웹진 <제3시대>

태그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