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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원격 수업과 미학에 대한 짧은 생각(백정기)

시평

by 제3시대 2020. 9. 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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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수업과 미학에 대한 짧은 생각

백정기(미디어작가)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원격 수업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관에서 주관하는 문화 행사도 영상제작으로 대체되고 있다. 사이드잡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예술가로서 영상 콘테츠 제작에 참여하면서 사회의 흐름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광명시에서 주체하는 “2020 꿈의 학교”, 연천시 “경기도청소년민속예술제”, 한길책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등. 문제는 디지털 미디어 형식으로 대체되는 교육과 문화현상은 바이러스로 인해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인류는 문화의 유통과 소비에 있어서 디지털 매체에 의존하고 있다. 교육과 예술로 확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술의 창작과 향유에 있어서도 인간-기계의 상호작용이 미치는 형향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한다. 인간-기계에 의한 미학의 정초는 벤야민과 맥루언의 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벤야민은 기계에 접속한 인간의 경험을 미학적으로 다루었고 맥루언은 인간과 미디어가 관계 맺는 지각 형식을 문화사적으로 다루었다. 

혹자는 문화예술의 정수는 주체에 의해서 독창적으로 결정되거나, 초월적인 근원에 잇닿아 있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미디어는 단지 수단일 뿐이다. 전자의 경우 주체의 실체에 대해서, 주체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생각을 확장해 보아야한다. 후자의 경우는 말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객관적인 논의가 불필요하다. 상호작용에 의해서 구성된 인간이 그 결과로 생산한 것이 예술이라면, 예술도 객관적인 상호작용의 차원에서 새롭게 정리 되어야 한다. 

살아있는 개체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스스로 조직해 나가는 체계들이다. 작금의 인간은 인간 대 인간 보다, 인간 대 기계의 상호작용에 더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은 기계의 체계를 내면화 하고 있다. 인간이 기계화 되었다는 말이 아니라 기계와 소통하기 위해서 기계의 소통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 조건에 따라서 인간-기계는 현실적인 생태계로 바라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세계를 지각하고 인식하는 체계가 미디어화 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영상을 포함한 미디어 예술의 두드러진 특징은 감성화다. 감성화는 자극과 자극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질이다. 뉴미디어와 그 생산물들에 의해 우리 일상경험은 지속적으로 감성화 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예술도 감성으로서의 실증적인 미학이 필요하다. 

예술철학과 미학에 실증이라는 표현은 아직 어색하게 들린다. 우리가 경험한 예술의 담론은 현상의 나열이나, 철학, 사회적 이슈의 메아리로 가득 차있다. 현상의 나열도 무책임하지만, 철학적으로 예술을 해석하는 것도 유험하다. 맥락에서 떨어져 나간 철학적 언어는 모호한 말의 성찰만 늘어놓을 뿐이다. 이런 태도는 결국 예술을 현실에서 소외시킨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생태계에 예술철학 및 미학은 인간-기계의 경험 구성적 특성을 바탕으로 감성경험을 탐구해야한다. 물론 예술에는 신비와 언어 이상의 세계가 있다. 그런 점이 예술의 본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틀렸다고 말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신비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학문이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는 이미 학문적으로 성찰되어진 바 있다. 학문은 적어도 검증가능 한 것으로 의미를 확보하고 사이비를 퇴출해야한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서 상당수의 정보가 유통된다. 모두 알다시피 유튜브는 정보의 생산과 유통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디지털 네트워크가 순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는 현실이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유튜브 채널을 운용한다. 새로운 인류가 만들어낼 새로운 예술에 대해서 긍정하고 그에 걸맞은 예술과 미학을 준비해야겠다. 

2020년 8월 24일 

*필자소개

홍대 회화과를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레지던시 활동을 한 바 있다. 음악적 청각화를 주제로 “Walking 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 등재하였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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