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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콜텍 노사합의 타결, 남겨진 아쉬움은 누구의 몫인가?(기사련)

시평

by 제3시대 2019. 4. 2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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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텍 노사합의 타결, 남겨진 아쉬움은 누구의 몫인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통기타’ 이 단어 하나에는 참 많은 이들의 추억과 감정이 묻어있다. 팝송, 포크송의 보급에 힘입어 통기타는 시대를 대표하는 악기가 되었으며, 시절을 이끄는 이들의 손에 들린 상징이 되었다. 누구의 손에 어떤 브랜드의 기타가 들리느냐에 따라 그 악기의 가치가 정해졌다. 자칭 교회오빠들에게 있어서도 기타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OEM(하청생산) 공급 업체로 출발한 회사가 ‘CORT’ 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노래와 추억과 시간이 새겨져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기타를 치는 사람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기타를 만드는 이들이 누구인가에 대해서 주의 깊게 헤아리지 못했다.

회사 홈페이지(https://www.cortguitars.com)에 명시되어 있듯이 회사는 이미 1982년부터 저비용 고부가가치 기타 제조업체로 그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였고, 그에 따른 실천사항으로 공장의 노동자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공장에 하늘을 볼 수 있는 창문 하나조차 달아주지 않았다. 더 많은 수익을 위해 공장을 인도네시아 수라바야로 이전하며 국내공장을 불법폐업하는 과정 가운데 기타 노동자들은 한낱 회사의 부속품으로 여겨졌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마저 사측의 손을 들어주었으니 이들의 억울함을 들어줄 이유를 찾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러한 부당함에 맞서서 싸운지 4464일째, 오늘 4월23일 정리해고에 맞서 13년 동안 복직 투쟁을 벌여온 콜텍 해고노동자들의 싸움이 합의문 조인식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회사는 복직 투쟁을 벌여온 25명의 조합원들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끝까지 싸운 이인근 콜텍노조 지회장과, 김경봉, 임재춘 조합원은 한 달간 명예복직 후 곧바로 퇴직하게 된다.    

노사합의 테이블에 한 번도 나오지 않던 박영호 사장은, 13년간의 생사를 건 투쟁을 지나 한 늙은 노동자가 곡기를 끊고 나서야 나타나기 시작했고, 합의안 역시 13년 전 정리해고를 강행했던 그 순간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단식을 해제한 노동자는 여전히 명품기타를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들의 아쉬움은 누가 달랠 수 있을까? 한평생 노래를 사랑했던 이들의 추억이 담긴 시간을 손수 만들던, 그리고나서 잊혀지고 버려진 이들의 이름은 이제 누가 기억해 줄 수 있을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는 오늘의 이 사건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성서에 나와 있듯이 양떼 백 마리 중에 한 마리를 잃어버려도 수치상의 효율과 미래 경영상의 이익을 위해서 기꺼이 한 마리를 버리고 아흔아홉 마리를 지키는 콜텍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조류를 따르기 보다는 잃어버린 그 한 마리를 찾아 끝까지 나서는 길에 설 것이다. 우리는 고작 노사합의서 한 장을 받기 위해서 13년간 싸워야 했냐며 울어야만 했던 한 늙은 노동자의 통한의 눈물을 기억할 것이다. 그의 유일한 꿈이었던 ‘명품기타’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남겨진 아쉬움들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이름들을 붙여 줄 것이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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