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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이것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 다시 모이지 말자(김윤동)

시평

by 제3시대 2020. 3. 3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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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 다시 모이지 말자*

김윤동
(본 연구소 기획실장)

고등학교 때 <찬양의 열기 모두 끝나면>으로 시작하는 CCM을 좋아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제목 그대로다. 환상적이고 스펙터클한 예배의 쇼가 끝이 난 뒤에, 조용히 주님을 만나자는 내용이다. 예배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것들을 되새기게 하는 노래였다. 

대중가요로 치자면 <연극이 끝난 뒤>라는 노래의 결과 닮아 있다. 연극을 한 사람뿐 아니라, 어떤 일에 집중하고 끝난 뒤의 허망함에 관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노래에서 말하는 그 느낌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3월 1일 주일과 8일 주일 정도의 예배당의 분위기가 딱 이와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는 31번 환자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그 전후의 풍경이 달라졌다. 중국에서 입국하는 공항 통로를 틀어막으면 우리는 안전하다고 생각했고, 확진환자가 국내에서 발병하고 난 뒤에 며칠동안 확진환자도 나오지 않으면서 종식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신천지’라는 한국 사회의 시한폭탄이 터져버리면서 그렇지 않아도 ‘저신뢰 사회’였던 크고 작은 한국의 사회‘들’은 해체되고 저마다의 방으로 흩어져버렸다.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신흥 강대국 바벨론을 통해 강제적으로 이주당한 유다 백성들처럼 뿔뿔이 흩어져 각 교회마다 곡소리로 가득했다. 밤낮 예배하며 종교적 열심이 충만한 사람들은 어서 성전으로 다시 돌아가 여호와 하나님을 예배하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과거의 역사는 저만치 달아나려던 우리를 다시 불러 세우고 있다. 과연 그 ‘성전’이라 불리던 그 곳에 하나님이 갇혀 있는 분인가 질문했던 갈릴래아의 그 예수와 후예들을 기억해보자, 성전의 유지보수만을 위한 성전, 나자빠진 시스템을 타파하고 돌입해 들어오는 바람과도, 불과도 같은 성령으로 재탄생한 ‘교회’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그 때에 바로 종국적으로 ‘자기-우상’을 파괴했던 그리스도를 깊이 생각하자.

우리는 어떤 한 집단과 교주의 사적 비리와 잘못된 종교교리를 지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한국 교회의 사생아(私生兒)와도 같은 신천지를 때릴 때, 그들을 어떤 지점에서 비난하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그 집단은 한국 교회가 애써 감춰온 어두운 면, 곧 반지성주의적 신앙, 소수 60대 이상-남성들만이 독점했던 수직적이었던 의사결정구조, 온갖 형식과 스펙터클로 치렁치렁한 예배 등을 과잉대표하는 표징과도 같다. 
개개인이 성찰적 신앙을 회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예배당을 텅텅 비우고 홀로 예배드리는 이 때에, 객석에 혼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바라보자. 그 단상에서 자기-우상화를 파괴한 기표, 처연히 빛나는 십자가가 보이지 않는가? 다시는 그의 이름으로 십자가 아래 모이지 말자, 이걸 생각하지 않고선.  

* 출처 : 주간기독교(http://www.c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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