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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가 자성해야 할 것(김진호)

시평

by 제3시대 2020. 5. 1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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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가 자성해야 할 것*

김진호(본 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장)

처참한 3년간의 전투가 양측 합의로 중단되었음이 선포된 직후, 남한 사회에는 매우 흥미로운 종교현상이 개신교 언저리에서 일어났다. 1954년 이후 수만명의 대중이 운집한 부흥집회를 이끈 나운몽과 박태선은, 개신교 주류로부터 ‘이단’ 시비에 휘말렸지만, 한국적 부흥사들의 원조가 되었다.

1970~1980년대 전무후무한 성장을 이룩한 순복음교회의 조용기는 나운몽의 부흥집회를 따라다니면서 부흥사의 꿈을 키웠던 인물이다. 또 2000년대 이후 급성장한 신천지의 이만희는 한때 박태선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신천지는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종파들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사례에 속한다.

여기서 길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조용기의 성공 이면에는 1970~1980년대 개발독재사회의 시대정신과 부합하는 선교전략이 한몫하였다. 그리고 이만희의 성공 이면에는 2000년대적인 신자유주의적 경영평가시스템처럼 신자를 동력화하는 선교전략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용기시대에는 조용기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비슷한 범주로 묶을 수 있는 부흥사들이 무수히 많았다. 물론 이만희처럼 자신을 구세주라고 주장하든, 주장하지 않든 오늘날 이만희류의 부흥사들 또한 적지 않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조용기와 이만희를 엮는 거대한 유사성에 관한 것이다. 그들은 부흥사다. 부흥사는 집회에서 대중의 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다. 대중의 열광적 리액션은 그들의 강력한 힘의 전제조건이다. 그러니까 부흥사들은 대중의 리액션이 작동하는 장소를 필요로 하고 또 리액션을 잘하는 대중을 필요로 한다.

누가 리액션을 더 잘할까. 많이 알려져 있듯이, 가난할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여성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리액션을 하는 편이다. 리액션의 진수는 단연 ‘방언’이다. 많은 교회의 예배에는 신자들이 큰소리로 하는 방언기도가 발설되도록 세팅되어 있다. 방언은 대개 언어질서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더 많이 한다. 그런데 방언을 하는 이는 특정 종교집단에서 더 높은 인정을 받곤 한다. 하여 그것은 소외된 이들이 칭찬의 주역이 될 기회를 제공하는 종교의 장치가 된다. 바로 이들이 부흥사들이 필요로 하는 대중이며 부흥사들을 필요로 하는 대중이다.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상식이 된 시대가 도래했다. 이 상식의 대열에 동참하지 않는 것으로 낙인찍힌 자들 중 일부 교회가 주목을 받았다. 물론 신천지파 교회들도 포함된다. 하지만 그들이 몰상식한 존재라는 사실은 그리 새롭지 않다. 우리 모두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짐작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들은 공공성에 대한 의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문제는 ‘왜 그들은 그럴까’에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몰상식을 택한 교회 중 다수가 부흥사의 교회이거나 부흥사들의 시대에 정형화된 예배양식을 고수하는 교회라는 점이다. 신자들의 강한 리액션이 중요한 교회라는 얘기다. 목사가 부흥사가 아닌 대다수 교회들은, 부흥회처럼 열광적 집회를 하지 않지만, 힘 빠진 목소리나마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리액션의 언행들로 채워져 있다. 하여 많은 목사나 신자들은 그런 요소가 없는 예배는 예배가 아닌 것처럼 생각한다.

한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2000년대 어간 급성장하여 대형교회의 대열에 진입한 교회들은 리액션이 중요하지 않은 예배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예배는 공연처럼 되었고, 신자는 관객처럼 되었다. 즉 신자대중의 리액션은 필요조건이 아닌 것이다. 한데 이들 교회가 강남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대개 소외된 이들이 아니다. 예배에서나마 인정받는 종교적 장치에 갈급한 이들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성해야 하는 것은, 몰상식의 낙인이 찍힌 교회들에는 종교적으로도 위안받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에 있다.


*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4242105015&code=990100&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_share&fbclid=IwAR3gAwouyM8OxAlDz3NdUYuXkgSRnlI5F4pZk4niIkBBpKe7ZomrxlEYzA0#csidx6880d6f4864de71a06ded3a33d9dd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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