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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우리 사회와 신천지, 적대적 공생관계(김진호)

시평

by 제3시대 2020. 3. 3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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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와 신천지, 적대적 공생관계*

김진호(본 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장)

‘31번 확진자’의 등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그이는 영남권에서 발견된 최초의 확진자였는데, 이후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는 만연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압도적 다수가 대구·경북 지역의 감염자들이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그이로부터 시작해서 이후 계속 발견되는 확진자들은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들이었다라는 점이다.

정부의 조치는 신속했고 적절했다. 감염병 대응의 최고 수위인 ‘심각’ 단계를 발령한 이후 한 달이 지난 3월22일 지역 감염은 효과적으로 잡혔고, 현재는 외국에서 입국한 이들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알지 못하는 곳에서 확산되는 사례는 현저히 줄었고, 추적 가능한 확진자들이 발견되는 것이다.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한 한국에서는 진정 추세에 있는 반면, 쉬쉬하며 늑장 대응했던 많은 나라들은 대감염의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하여 대감염이 일으키는 파장이 전 지구적인 문제로 부상했다. 진정 추세에 있는 한국도 빠져나갈 수 없는 문제 말이다. 그중 하나가 ‘혐오주의’의 확산이다. 이미 신자유주의 시대에 혐오주의는 세계 곳곳에서 만연하고 있는데, 코로나19의 대감염 현상은 그것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발화되고 있는 혐오주의를 분석하는 일이 감염병 방역활동의 주요한 일부가 되었다. 

한국에선 31번 확진자의 등장을 기점으로 신천지라는 강성 종말론 성향의 소종파에 혐오의 낙인이 찍혔다. 그들의 종파적 전도 전략은 2000년대 이후 급속한 성공을 거두는 중인데, 그 성공은 주로 개신교 신자들을 개종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당연히 개신교의 강력한 반발이 초래되었다. 하여 개신교 교회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본격화된 2015년 무렵 이후에는 개신교 신자의 이동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천지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경계에 있는 신자들’에 대한 전도가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계에 있는 신자들’이란 이 교회 저 교회를 떠돌거나, 아예 개신교·가톨릭·불교의 경계를 넘나들거나 혹은 종교의 경계 안팎을 넘나드는 이들을 가리킨다.

그런 현상이 개신교 교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시기는 대략 1990년대 중반경부터다. 개신교의 확산 추세가 거의 멈추었고, 신자들의 수평이동이 교회들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상황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때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의 가장 중요한 심정은 ‘실망’이었다. 나는 그들을 ‘실망신자’라고 부른 바 있다. 이 실망신자들의 떠돌이 생활이 본격화된 시기에 가장 두드러진 성공을 거둔 교회는 강남·분당권의 후발 대형교회들이다. 하여 이 교회들은 주로 중상위계층 신자들의 사회종교적 네트워크의 성격을 지닌다. 이것은 다른 교회들에도 영향을 미쳐서 많은 교회들이 강남권 대형교회들의 담론과 제도를 모방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런 변화는 중하위계층 신자들이 교회의 제도 속에서 주변화되고, 교회의 담론 속에서 종교적 위안을 받지 못하게 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중하위계층 신자들 중 실망신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신천지의 성공은 그것을 푸는 하나의 열쇠다. 신천지를 포함한 여러 강성 종말론 성향의 종교공동체로 흡수되는 이들이 적잖았다는 것이다. 중하위층 신자들이 유난히 많고 특히 빈곤한 여성신자 비율이 매우 높으며 칭찬의 제도가 섬세하게 발전한 종교제도를 가진 신천지에는, 경쟁사회의 칭찬의 제도 속에서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위한 장치들이 잘 발전되어 있다. 문제는 그 속에서 이들은 성숙하기보다는 퇴행적 존재가 된다는 데 있다. 

신천지 종단의 퇴행적 종교성이 강성 종말론과 결합되어 장기간 지속되는 것, 거기에는 경쟁사회에서 실패한 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오늘 우리 사회의 냉혹함의 제도가 전제되어 있다. 하여 나는 신자유주의의 사회와 교회는 신천지 종파와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다고 추정한다.

*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3272049015&code=990100&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_share&fbclid=IwAR0SMXk0yqZmSXhI-U9m1h3k22sXPYIMgjk-r_7l6bEXkZDpZokMd96mKqI#csidxfaab314423743d4853ecac5a65f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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