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시평] 그런 교회가 교회일 수 있을까(황용연)

시평

by 제3시대 2020. 9. 1. 11:03

본문

그런 교회가 교회일 수 있을까

 

황용연 (민중신학과 탈식민주의 박사,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코로나19가 온 세계를 지배하면서 2020년에 예배, 특히 개신교의 예배는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었다. 아니 차라리 논란거리라기보다는 위험거리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지난 주일에 대면예배를 강행하는 교회가 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펄쩍 뛰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대면예배라는 것이 이렇게 사회적 위험사태 취급을 받고 있음에도 하느님에게 예배드리는 것은 양보할 수 없다는 교회들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예배한다는 사람들만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모이면/접속하면 그것만으로 '예배'가 될 수 있긴 한 것인지.

교회라는 것이 공간을 의미하든 사람들의 집단을 의미하든, 기본적으로 그 안에 누구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별 이의가 없을 것이다. 하느님의 눈에는 그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든 아니든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인간과 인간으로 보일 뿐일 테니까. 

누구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라면 더더욱 대면보다는 비대면이 더 좋지 않은가 할 수도 있겠지만, 비대면-온라인이라는 방식이 교회간의 부익부 빈익빈의 가능성을 더 높일 위험성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어쩌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야겠다 싶은 것이다. 지금 대면예배 하지 말라는 말은 절대 수긍할 수 없다고 대놓고 선언하며 대면예배를 한다는 건 코로나19의 위험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문 닫아 걸겠단 뜻인데, 그렇게 문 닫아 거는 교회라면 그건 교회가 아니라고 해야 하는 것이고 그러니 교회가 아닌 곳에서 하는 행사가 어찌 예배일 수 있겠냐는.


문 닫아 거는 교회가 어떻게 교회일 수 있겠냐고 쓰고 보니 그 교회(?)들, 실제로 대면예배 무조건 해야겠다 대놓고 선언하며 대면예배를 강행하거나 혹은 그렇지는 않다해도 그러한 대면예배 강행을 옹호한 한교총 같은 집단들 대다수가 차별금지법을 열렬히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 문 닫아 거는 교회(?)들은 이미 문을 닫아 걸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교회(?)들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바로 이런 문 닫아 걸기에 놓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마지막으로 짚어야 되겠다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대면예배와 비대면예배가 사회적 쟁점이 될 때, 헌금 걷는 장사(?)를 하려니까 대면예배를 고집하는 것 아니냐 이런 말이 흔히 나온다. 이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그리고 사실 그렇다고 해도 꼭 문제인 것만도 아니겠지만), 이 말은 동료시민인 그리스도인들이 왜 예배라는 것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한다를 넘어서 이해할 생각조차 안 하는 상태에서 그냥 대면예배라는 위험요소를 치워 버리라는 명령 혹은 규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문은 한편에서만 닫아 거는 것이 아닐 것 같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금 개신교 내에서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은, 방금 이야기했던 명령 혹은 규탄을 정당화하기에만 급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들고.

ⓒ 웹진 <제3시대>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