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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눈] 그대를 찾아서 9(강윤아)

비평의 눈

by 제3시대 2020. 9. 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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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찾아서 9

강윤아(청소년극 연구자)

이 연재는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 중고등부의 91년 예술제인 뮤지컬 “그대 버려졌나”의 참가자들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프로젝트이다.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 당시 공연 체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고 그것이 40대가 된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탐색하는 작업이다. [경동 예술제, “그대 버려졌나”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배경에 대해서는 본 연재의 초반에 소개한 바 있다.] 

D는 '그대' 당시 중2 였고 예수님, 스토리텔링 맨의 역할을 맡았다. 십년 째 미국 어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하고 있다. 인터뷰는 2020년 1월7일 화상 통화로 실시하였다. 아래 대화에서 Y는 나다. 나와 D는 같은 또래이며 '그대'에 함께 참가하였기 때문에 대화에서 그러한 친분이 드러난다. 

 

Y: 공연이나 준비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면?

D: 기억에 남는게 많지. ‘그대 버려졌나’는 한 번 경험해보고서는 그 다음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과정이었던 것 같아. 그 다음에도 예술제를 해보고 보기도 했었지만 ‘아 이런게 없었구나’ 라는 그런 생각이 드는? 지나고 나서 보니까 사람들이 너무나 프로페셔널하고 재미있게 한 곳을 향해가지고 딱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연출에서부터 다들 너무 탁월했었구나. 그런 생각? 

Y: 어떤 점에서 프로페셔널 했어요?

D: P [연출] 선생님이 너무나도 재미나게 잘 리드를 해주셨던게 기억이 나. 때로는 엄하게 할 때도 있고 연습을 좀 많이 할 때도 있었지만 아웃풋을 봤을 때 정말 멋있었구나 그런 생각? 밴드면 밴드, 조명이면 조명 같은 팀들이 잘 어우러져서 돌아가지 않았나. 막 신나는 경험이었지. 연습하러 갈 때는 너무 재미있고 끝나고 나면 또 너무 막 아쉬웠고. 한참 어릴 때기도 했었으니까. 

강: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니?

D: 장면 마다 판에 박히거나 하지 않고 ‘와 어떻게 이걸 요런 식으로 표현을 할 수가 있지?’ 이런 것들도 많았었던 것 같애. 예수님 역할을 하다가 갑자기 술집 바텐더도 하고. 일인 다역을 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었고. 무대는 이래야 된다는 생각을 깨뜨려줬던거? 그게 미리 짜놓은게 아니었잖아. “야, 저기 2층으로 해가지고 저기 뒤로 나오라구.” “우와, 이거 너무 좋다” 그런 과정들이 스트레스라기보다는 너무 재미난거야.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그리고 안무 지도해 주셨던 선생님 [현재 뮤지컬 중견 배우이신 H 선생님]… ‘와, 이런게 막 뮤지컬에서 하는건가보다.’ 그런 것들도 프로페셔널한 터치들이었던거 같고. 그리고 밥먹으러 다니고 하는거 재미있지. 중국집 가고 김치찌개 먹고 그런게 재미있었지.  

Y: 어제 공연 영상을 다시 봤는데 니가 되게 신나서 막 하더라고. 

D: (웃음) 신났겠지. 별 생각없이 신나게 즐기고 있었겠지. 그랬을 것 같애. 

Y: 무대에 있을 때 기억이 나? 어땠어?

D: 기억이 나지. 붕 떠있는 느낌이었지. 별로 이렇게 거칠것 없이 그러던 시기가 아니었었나. 챙피한 것도 좀 없고 그랬었던 것 같은데. 너무 기억나지. 상당히 기억나지. 무대에 대해서 불안해하거나 그런건 별로 없었던거 같고… 지금 하라고 그러면 못할 것 같지만. “사람들은 나를 이야기꾼이라고 부르지.” 그건 내 첫 대사인데 늘 기억이 나지. 기억이 나지. 음. “밤밤밤밤” 하고 음악 나오고 생각하면 약간 전율도 돋기도 하고 그러지. 내가 사람들 앞에 서 있구나라는 생각도 크지 않았을까 싶어 […] 신나고 재미난게 또 어떻게 보면 아주 중요한 팩터인 거 같아 나한테는 

[...] 

이 공연이 뭐 나의 큰 위안까지는 아닌거 같은데 만약에 자서전 같은걸 쓴다면 아주 중요한 부분인거기는 하지. 왜냐하면 중 2 때 예술제를 하면서 교회에 대한 애착이나… 그게 하나의 어떤 모멘텀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어. [...] 그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뭐가 있는 것 같은데. 나 같은 경우에는 발을 확 담그게 되었던 계기, 거기 푹 빠지게 된 계기가 사실은 예술제였던 것 같아. 특히 ‘그대 버려졌나’ 중2 때. [...] 지금 생각하면 내가 개인적으로 “예수님을 영접해서 기뻐요”라는 기쁨 보다는 “경동교회가 너무 재미있어요” 그게 솔직한거 같아. 

Y: 너 애찬식 [당시 여름, 겨울 수련회에서 행하던 일종의 성만찬] 하다 막 울고 그랬잖아.

D: 아유, 감정에 북받쳐서 옆 사람 울면 같이 울고 하는게… 원래 캠프 파이어 때 촛불 켜면… 

Y: 아니야, 너 그 때 혼자서 앞에 빵 뜯어먹으러 나가서 뜯어먹다가 혼자 울었어 너. 

D: (웃음) 나 기억도 안나. 

Y: 너 사발하고 빵 있는데 혼자 빵 뜯어서 포도주에 담그다가 갑자기 ‘흑흑흑’ 하고 혼자 울었어.

D: 야, 그 눈물의 의미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거보면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감사라기보다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춘기 시절의 그냥 뭐 때문에 감정이 복받쳤는지… 중고등부 시절에는 “정말 예수님이 좋아요”라는 기쁨을 가지고 살아갔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거든. 그게 기저에 있었겠지. […]  중고등부 때는 내가 스스로 고백할 수 있는 그 것 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아. 

Y: 그러면 ‘그대 버려졌나’는 예배는 아니었니?

D: 경동교회가 가르쳐줬던 가장 큰 것은… 어릴 때 본당 예배 가서 보면 갑자기 독일에서 온 목사님이 설교하시는데 성공회하고 예배를 같이 드리고 스님들이 나와서 인사말을 하고 그리고 부활절 아침인데 저기 교육관 뒤쪽에서 무슨 빵빠레같이 나팔 불고 사람들이 조용히 순서대로 돌아다니고 교회 옆 언덕에서 막 무용을 하는데 잘 이해는 못하겠는데 사람들은 막 그거를 이렇게 자랑스럽게 받아들였던 기억이 나는데… 그거의 연속선상에서 보면 니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 ‘아 이게 예배구나, 몸으로 드리는 예배.’ 그런 식으로 항상 얘기를 많이 했었으니까. 그래서 예배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이 자유롭게 경동에서부터 형성이 된거 같아. 그런데 이 얘기를 만약에 지금 다니던 교회 목사님한테 얘기하면 큰 일 날 소리인거지. 어른들 예배에서 봤던 것들이 예술제에서 그대로 재현이 되고 무용이든 음악이든 연극이든 다른 형태로 하는 것을 봐 오면서 자랐으니까 그게 전혀 거부감이 없었던거 같아. 그래서 자연스럽게 체화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지. 그런 부분에서는 경동교회가 되게 멋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지. 그리고 그게 왜 예배가 안될까? 삶이 예배라는 말이 지금은 더 와 닿으니까.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는게 예배라고 생각이 들고. 

Y: 당시에 이게 예배라는 생각을 나는 잘 못했던 것 같아. […] 근데 그렇게 신나고 기뻤던게 예배소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그 생각이 자꾸 든다. 

D: 그렇네. 나도 예배였다고 생각하면서 임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 [...] 그런데 지나고 났을 때 너

말대로 진짜 “너는 네 마음대로 내 안에서 마음껏 뛰놀고 기뻐하고…” 그게 어떤 하나님이 원하시

는 본래의 모습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나중에 드는거지.

Y: 하나님을 만났다기보다 경동이라는 커뮤니티가 기억이 많이 난다는 얘기를 했는데 어떤 커뮤니티였어? 

D: 많은 감정 이입이 되는 커뮤니티지. 한참 사춘기시절 철없는 시절을 지났고 [...] 어린 시절의 감정이 요동치고 이럴 때 그러한 경험들을 또 갖게 해줬던 곳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더 감정이입이 되는 커뮤니티이기도 하지. [...] 경동은 좀 특별한게 다들 그 만큼 시간이랑 많은 에너지를 보냈기 때문에… 중고등부 때는 교회 가는게 너무 재미있고 그 만큼 완전히 몰입해서 참여했으니까. 

Y: 무엇이 너를 그렇게 몰입하게 했어?

D: 중 2때 예술제가 크지 않았겠나 싶다. 초반에 어리버리하고 그럴 때 예술제 하면서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확 생겼던 것 같은데?

Y: 그러면 소속감이 중요했던거지?

D: 상당히 중요한거지. 편한 안식처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어. 교회가면 그냥 막 맘 편하고 그런거 있잖아. 친구들의 써포트나 이런걸 받을 수 있었으니까. 동기들하고는 낄낄거리면서 재미나게 얘기하면 그냥 너무 신나고. 그 때 손 편지 이런걸 무지하게 많이 썼던거 같아 남자 친구들한테. 우리 학년 만이 아니라 그 때는 어릴 때 였으니까 선배들이나 선생님들도 너무나도 이렇게 따듯하게 대해주고. 그런 것들이 필요했었던거 같기도 하고 인정 욕구가 채워지는 공간이기도 했었던 것 같고… 

Y: 너라는 사람에 대한

D: 뭐 그런거지. 주로 사람 관계에서 오는 것이 컸던 것 같아. 소속감 플러스 인정받는다는, 사랑받는다는 느낌? ‘아,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필요한 사람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사랑 받으면 거기 계속 더 오래 있고 싶은… 그런 생각.

Y: 그게 코이노니아였을까?

D: 뭐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볼 수 있겠지? […] 코이노니아가 큰 부분이었던 것 같아 경동 커뮤니티에서의 내 기억은. 예배는 셀러브레이션이고 코이노니아 역시 셀러브레이션이고 하나님 안에서 그게 마음껏 드러날 수 있고. 다양한 표현이 드러나는 것을 용납해주는 공간이라는 기억이 있어서 꼭 예배는 이래야 되고 친교는 어떤 모양이어야 되고 그런거에 대해서 이렇게 속박받지 않은 듯한 느낌? 그런 의미에서 경동교회의 추억들이 크지.  

Y: 다양한 신앙 표현이나 관계들이 허용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니 생각이야 아니면 니가 동의하는 어떤 신학이나 신앙의 흐름이야?

D: 경동교회를 생각하면 그 안의 되게 자유로움? 자유로움이라는게 그냥 완전히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게 아니라 ‘자유함’에 대한 것이 컸던 것 같아. 그러다보니까 어떤 형식에 얽매이게 되면 몸이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근데 그거는 어디서 왔을까? 내 신앙관에서 온거라기보다는 또 주위에서 들었던거라기보다는 경동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컸기 때문이 않을까 생각도 들기도 하고. […] 또 한편으로 지금은 이러이러한 형식의 예배를 드렸기 때문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보다 내가 하나님과 함께 하고 있다는거를 내가 고백하고 그렇게 동행하는 관계를 유지하는거를 기뻐하신다는 생각이 드니까 […] 그게 경동에서만 왔다거나 오직 신앙 만의 영향이라거나 그렇게 얘기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 그런 요소들이 다 기여하는 것 같아. 

Y: ‘그대 버려졌나’를 포함해서 그 시기가 너의 삶에 끼치는 영향이 있다면?

D: 영향이 크지. 음… 어떻게 짧게 요약해서 정리할 수 없을 거 같기는 한데. 만약에 지금의 나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큰 영향을 미쳤습니까”라고 한다면 주저 않고 그렇다고 얘기를 할거같아. 

Y: 만약에 그 사건이 없었다면 네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D: 글쎄, 그것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음… 질풍노도의 시기에 무언가 나를 붙잡아주는 역할을 했으니까 그게 없었다면 훨씬 더 불안정하지 않았을까 [...] 없었으면 커다란 부분이 빠져 있는 듯한 그런 생각이 들겠지. 특히 나는 중고등부 회장을 했었기 때문에 그걸 뺀다면 뻥 뚫려 있는 청소년기를 지내는거지 [...] 사실 감당이 안될 것 같고 상상 하기도 좀 그럴거 같고. 그 당시에는 그게 전부였던 시기였고 모든 걸 막 쏟아 부어서 즐겁게 지내던 생각들이 훨씬 크기 때문에… 그 사이 알게 모르게 어떤 성장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신앙의 토양을 가꾸는 그런 시기였을 수도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 영향이라고 한다면 구체적으로 설명은 못하겠지만 되게 친정 같이 고마우면서 푸근하다는 생각이 크지. 그러고 보면 고등학교 때도 바르게 살려고 했던 것… 비뚜루 나가거나 하지 않으려고… 준비해서 진학을 잘 해야겠다… 그 것도 교회에서 온 영향이라고 해야겠지. 책임감을 느끼거나 잘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었을 테니까. 재미있게 잘 보냈던거 같아 Thanks to 경동교회… 응. (긴 침묵) 그치…. 

[...]

그 때 완전히 푹 빠져서 경험 했던 중고등부 시절과 나중에 예수님을 만나게 되는 사이의 갭이 너무 크다 보니까 ‘그대 버려졌나’의 임팩트가 오늘 나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는 그 안에 노이즈가 너무 많이 있어 사실은. 그렇지만 지금 예수님을 만난 다음에 그걸 반추해보면 감사함의 투성이인거지. 그 때 보지 못했던 요소요소들이 다 감사했던 부분들인 것 같고. ‘그대 버려졌나’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준 계기는 사실 예수님을 만나게 된 것이 더 큰 거지. 그렇게 본다면 ‘그대 버려졌나’라는 객관적인 경험 자체가 더 큰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겠니? [...] 박사과정 때가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시간이었는데 [...] 가만히 예수님과 그런 개인적인 관계가 시작되면서 ‘예전에 있었던 것들도 다 그냥 지나갔던 시간들이 아니었구나’라는게 떠오를 때 그런 것도 감사의 이유가 되고 그런거지. ‘예수님 역할을 맡았던 게 그냥 우연으로 했던게 아니었었나보다’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대 버려졌나’의 메시지는 뭐였을까 그런 생각들이 들고… 이 메시지는 뭐였을까 나에게는? 개인적으로는? […] 그러면서 동시에 진짜 스토리텔러의 역할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있기는 있지. [...] 근데 그게 잘 안돼. […] 사실 요즘 도전이 되는 것은… 그 다음 스텝은 뭘까라는 고민이 좀 많이 있어. […] 하나님이 원하시는게 어떤 모습일까. 

[…]

D: 재미있다, 야. 옛날 애기 하니까. […] 재미있는 기억들이니까. 진짜 진짜 재미났던 기억이니까. 하나님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안되는 것들 투성이여가지고 재미있었지. ‘그대 버려졌나’ 경험은 또 재현이 안되는 것 같더라고. 

Y: 안 돼.

-끝-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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