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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눈] 기술의 자기 목적으로서의 예술 : Youtube에 빠진 예술가의 변명(백정기)

비평의 눈

by 제3시대 2020. 3. 3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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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자기 목적으로서의 예술

Youtube에 빠진 예술가의 변명

백정기(미디어작가)

예술의 어원은 “기술”이다. 기술이 예술을 평가하는 척도 중의 하나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도통한 솜씨로 그려낸 초상화를 보면 형언할 수 없는 경외심이 일어난다. 전통 미술에서 기술을 연마하는 것은 그만큼 절대적인 일이었다. 기술을 내면화해서 발휘하는 예술은 1840년대 카메라의 발명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다. 그동안 재현의 권위를 독점해왔던 예술가들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만 했다. 일군은 현상 재현을 포기하고 관념적인 예술세계를 추구했다. 또 다른 일군은 기술 복제 기계를 받아들여 새로운 흐름에 부응했다. 발터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을 통찰하면서 예술 패러다임의 완전한 전환을 설파하였다. 

  카메라의 발명은 기술이 독자적인 지위를 획득했음을 의미한다. 카메라 이전 기술은 예술가에게 속한 기술이다. 주도권은 예술가에게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복제 기계는 블랙박스다. 기계의 메커니즘에 개입할 수가 없다. 버튼을 누르는 것은 개입이 아니다. 정해진 입력-처리-출력 프로세스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작가는 ‘관찰자’로 강등되었다.  마샬 맥루언은 미디어 변천에 따라 재구성되는 사회를 서술하면서, 메시지가 미디어에 속해있음을 보여주었다. 

  인간 개체는 외부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복잡한 체계를 만들고 유지하면서 살아간다. 출발은 부모로부터 시작한다. 부모에게 에너지를 얻고 습관을 배운다. 그러면, 지금 우리는 어떤 대상과 상호작용하고 있는가? 가족과 친구를 떠올린다면 전체를 보지 못한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고도화된 미디어 기계들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디어 더 이상 순수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다. 메시지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미디어라면, 우리가 상호작용하는 대상은 바로, 스마트폰, 인터넷, SNS, Youtube 따위의 디지털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을 Youtube 세대라고 하는 것은 인쇄 매체로 소통했던 기성세대와 완전히 다른 사고체계를 가진 인종이라는 의미이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미디어는 디지털 미디어다. 그 전에 라디오, TV, 비디오 등, 아날로그 미디어가 있었다. 아날로그 미디어를 예술로 승화시킨 대표 미디어아티스트는 백남준이다. 그는 우연히 최소의 소니 포터블 비디오카메라를 만나,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가 되었다. 초기 비디오 작가들은(1960-70) 주로 자신의 신체를 카메라에 노출 시키는 퍼포먼스를 했다. 비디오카메라-신체-모니터의 관계를 성찰하는 작업이 주를 이루었다. 

좌) 비토 아콘치, <중심들> 1971 중) 브루스 나우먼, <복도> 1970 우) 조안 조나스, <수직회전> 1972

  비디오아트는 퍼포먼스나 해프닝을 기록하고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비디오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면서  관객과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르가 되었다.  찰리 토드(Charlie Todd)는 2002년 <No Pants>라는 비디오 작품을 만들었다. 바지를 입지 않고 지하철을 타는 이벤트를 비디오로 촬영한 작품이다. 첫 <No Pants>는 5년 동안 토드의 카메라에 보관되어 있다가 2007년 Youtube에 공개 되었다. 유튜버를 통해서 전파되는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관객이 참여하는 릴레이 퍼포먼스가 되었다. 퍼포먼스 촬영, 온라인에 업로드, 새로운 참여자 생성, 다음퍼포먼스 제작이라는 순환구조가 되었다. 관객과 작가, 시작과 끝이 없는 열린 퍼포먼스가 되었다. 영상과 Youtube 플렛폼의 결합으로 인터넷의 매체의 속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첫 번째 <No Pants> 비디오 2002

일곱 번째<No Pants> 비디오 2008

https://youtu.be/9La40WwO-lU

  2G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나서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시간 관리에 지장이 생기고 있다. 인생을 낭비하는 것 같아서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정새해의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 영상기록물과 1960-70년대 비디오 및 퍼포먼스아트와의 관계성 연구>라는 논문을 읽고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미디어 작가로서 새롭게 등장하는 매체에 무관심할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미디어 아트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생겼다. 

*필자소개

홍대 회화과를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레지던시 활동을 한 바 있다. 음악적 청각화를 주제로 “Walking 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 등재하였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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