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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비평] 찐 성령론(김정원)

신학비평

by 제3시대 2020. 4. 21. 11:45

본문

찐 성령론

김정원*

본문 : 그런 다음에, 내가 모든 사람에게 나의 영을 부어 주겠다. 너희의 아들딸은 예언을 하고, 노인들은 꿈을 꾸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볼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종들에게까지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나의 영을 부어 주겠다.(요엘 2장 28~29절)

글 목적 : 청소년들의 삶에 잇대어‘성령님’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 / 혹 설교를 준비하는 자들에게 도움이 될까하여

주 제 : ‘모두에게 임하시는 성령님’

 

이건 진짜야, 찐이라고. 

네가 뭐가 되어도 좋고, 안 되어도 좋아. 

성령님은 ‘무적권’ 너와 함께 있어.

 

너와 함께 있는 것처럼 다른 이들과도 함께 계셔. 성령님에겐 경계란 없거든. 

세상이 그어놓은 경계를 성큼성큼 넘어 다니시지. 소외당하고 배제당하던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가까이 다가가시지.  

 

혹시 경계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네 주변에 있니?   

먼저 우리 이야기를 해볼까? 

사람들은 너희들을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존재들로 규정해. 

질풍노도는 아주 빠른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물결이라는 의미야. 

굉장히 불안정한 존재로 너희들이 여겨지고 있는 셈이야. 

너희를 저렇게 규정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너희들을 미성숙하고 불안정하기만한 존재로 생각하기가 쉬워지지. 

가만~히, 혹은 얌전~하게 붙들어 놔야 할 대상으로 볼 수도 있을 거야. 

중2병이라는 말은 어떨까? 

너희들이 왜 중2병에 걸리게 됐는지, 왜 아픈지를 묻기보다는, “아~ 쟤 중2래. 걍 내버려 둬~”라고 말하며 진짜 받아야 할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거든. 

그런데 내가 만난 너희들은 좀 달랐어. 물론 좀 불안정한면도 있었지만(그런데 사실 어른들은 뭐 얼마나 안정적이냐), 그 불안정함이 너희들의 전부는 절대 아니지. 

내가 만난 청소년들은 세상이 규정한 것보다 훨씬 더 주체적이었고, 

생각보다 아는 것도 많았어. 죽어가는 북극곰에 맘 아파했고, 

세월호와 함께 울며 어떤 어른들보다 죽음 앞에 진지했었지. 

ㅇㅈ? 

 

그럼 이제 너희들과 좀 다른 존재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볼까?

노인들을 대하는 너희들의 자세는 어떠니? 

너희 모두를 싸잡아 뭐라는 건 절대 아니야. 

이번 기회로 나름의 반성적 사고를 해보자는 거야.  

노인들을 혐오하는 용어들이 인터넷에 넘쳐나. 잔소리한다고, 새치기 한다고, 길막 한다고, 무임승차한다고, 답답하다고, 보수적이라고, 가난하다고, 허름하다고... 

그런데- 너 늙으면 얼마나 팔다리가 쑤시는지, 

머리가 얼마나 천천히 굴러가는지 상상도 못 할걸? 

젊은 사람들처럼 빠릿빠릿해질 수도 없고, 

개빠른 세상 속에서 자꾸 렉이 걸릴 수밖에 없다구.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노인들은 가난하다는 것을 아는지...

우리가 노인들의 모습을 혐오한다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가난한 사람들을, 

나와는 삶의 속도가 다른 사람들을 혐오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 돼.

너는 젊고 나는 이미 좀 늙었지만, 결국 우리는 계속 더 늙어갈 거야. 

네 팔다리도 좀처럼 네 맘 같이 안 움직여지는 날이 오게 되고, 

우리 역시 가난해질 수도 있어(난 지금도 가난하지만ㅋㅋ) 

역지사지가 필요한 세상이야. 

나이도, 경제적 상황도, 팔다리의 빠르기도 따지지 않고 임하시는 그분을 믿는 우리라면 더더욱 말이야. 

 

* 글 출처 : 한국기독교장로회 2020년 청소년부 여름교재. 

**필자소개

"한신에서 기독교교육을 전공하고 킹스칼리지런던에서 조직신학을 공부했다. 현재 향린교회에 맘을 풀고 '다시 목사'가 되었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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