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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힘] 재난소득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김윤동)

시선의 힘

by 제3시대 2020. 5. 1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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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소득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김윤동
(본 연구소 기획실장)

거리두기의 시간이 지속되어 가고, 세계가 감염병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이 모든 일들이 잠시 잠깐 지나가는 일시적인 사건일 거라 예상했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이번 감염병은 세계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고, 저마다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있다. 

그러한 전망과 더불어 현재 가장 핵심적인 의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기본소득’과 관련된 내용일 것이다. 불과 4~5개월 전인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기본소득’이라고 하면 빨갱이정책이라고 말하거나, 말도 안 되는 사회 실험일 뿐이라는 등 콧방귀도 뀌지 않던 한국 사회였지만, 이제는 ‘기본소득’이라는 말에 대해서 아무도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기본소득이라는 글자 앞에 ‘재난’이라는 글자가 붙여졌다는 점에서 한정적이고 한시적인 느낌을 받긴 하지만, 이번 바이러스로 인해 어느 누구 하나 고통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고, 구성원 일부가 겪는 고통이란 내가 직접적으로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 모든 삶 전반을 통제하는 매우 ‘사회적’인 것이라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이전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세계가 미디어의 발달이라는 요인 외에도 이전의 세계보다 훨씬 더 밀접하고 촘촘하게 엮여져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실감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연결’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은 그에 합당한 국가와 지방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에는 충분한 경험이었다. 이는 기본소득 논의가 있었던 초기에 소득기준을 통해 선별적으로 줄 것이냐,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줄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잠깐 있었을 뿐, 이 재난의 상황을 극복하고 부양하기 위해 모두에게 일정하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렇게 ‘기본소득’을 위시한 논의들과 경험을 통해서 광범위한 ‘공정’과 ‘사회정의’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일어나길 기대한다. 더 나아가서 인간 삶의 질이 단순히 소득수준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것도 이번 사태로 여실히 드러났다. 방역이나 보건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안전보장 시스템이 실제적으로 갖추어지지 않은 국가에서는 그 국가의 GDP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소위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그 구성원의 안전을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는 결과를 우리는 눈 앞에서 목격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성장하지 않고,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에서는 심지어 체제나 독재권력의 보장이라는 명목하에 재난의 ‘재’자도 꺼내지 못하는 사태를 목격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사회가 겪고 있는 불평등과 불공정의 내용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앞으로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요건이 무엇인지 재검토되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 출처 : 주간기독교(http://www.c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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