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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힘] 개미핥기란 무엇인가(김윤동)

시선의 힘

by 제3시대 2020. 8. 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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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핥기란 무엇인가*

김윤동
(본 연구소 기획실장)

꼭 과학 시간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TV나 매체를 통해 가끔 개미핥기라는 동물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한글로는 이 동물의 이름을 개미를 ‘핥는’ 생명체로 명명해놓았지만, 영어로는 아주 쉽게 “Anteater”, 곧 ‘개미(ant)를 먹는(eat) 생물체’인 것이다. ‘개미핥기, 개미를 먹는 동물’이라는 이름답게 이 동물은 모든 몸의 생김새와 구조가 개미를 먹기에 가장 적합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또 그런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개미핥기는 우선 개미굴을 파헤칠 수 있는 아주 단단한 앞발이 있다. 수만 마리가 거주하고 있는 아주 단단한 개미굴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아주 단단하고 무시무시한 발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부순 다음에는 굴 속으로 최대 60cm까지 늘어나고, 분당 150회를 낼름거릴 수 있는 아주 가늘고 긴 혀를 가지고 빠르게 개미를 거의 진공청소기 수준으로 흡수한다. 아주 빠른 시간에 혀를 낼름거려 끈적한 타액과 혀에 난 작은 돌기 같은 것들로 몸놀림이 재빠른 개미를 잡아먹는 것이다. 그렇게 빠르게 흡수한 뒤에는 이빨로 씹지 않는다. 대신 개미와 함께 흡수된 돌과 함께 저작(咀嚼) 활동을 해서 개미를 다지고, 소화 기관에서 나오는 위액 대신에 개미가 가지고 있는 개미산으로 개미를 녹인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만한 사실은 바로 개미핥기는 개미굴에 있는 모든 개미를 끝까지 먹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단 개미굴을 털기 시작하면, 병정개미의 출동과 함께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개미가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내뿜어 개미의 맛이 변하기도 하며, 여왕개미가 바로바로 보충할 수 있는 양만큼만 털어야 그 개미굴이 유지가 되면서 개미핥기 자신의 추후 식량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왜 그런가? 개미의 포식자이면서, 동시에 개미에게는 천적관계이자 존재 자체가 재앙이지만, 개미핥기의 모든 생애는 또한 개미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미에게만 온전히 맞춰진 신체구조, 소화기관, 삶의 경험치 등 개미로 시작해서 개미로 끝나는 것이다. “먹는 것이 곧 그 존재다”라는 말이 있듯이 개미핥기 뼈, 살, 피부, 모든 것이 개미의 그것으로 이뤄져 있을 정도이니, 그렇다면 이 동물은 개미핥기로 불러야 하는가? 아니면 개미로 불러야 하는가? 
그렇다면 더 나아가 개미와 개미핥기, 이 관계를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천적관계? 공생관계? 아니면 그 유명한 ‘적대적 공생관계?’인가? 이 상황에서 피해와 가해란 무엇인가? 매번 피해를 입기만 하는 개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개미핥기는 개미를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무시무시한 악마적인 가해자인가? 1경(京)마리에 가까운 수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며 지구의 주인이라고도 불리는 그 개미의 생존을 위해 개미핥기는 이 세상에서 멸종되어야 할 동물인가? 비단 수천 년간 명백한 수많은 핍박과 순교로 점철된 기독교의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차별금지법과 코로나19 소모임 금지에 정부를 찾아가 징징대는 교회들을 보며, 또한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고위공직자의 죽음을 맞이하며, 나는 이상하게도 개미핥기를 떠올렸다. 

* 출처 : 주간기독교(http://www.c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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